델코리아, 기업용 IT솔루션회사로 변신 성공하나  
▲ 필 데이비스 델엔터프라이즈솔루션 아태지역 총괄 사장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회사 사무실에 대개 델 PC가 자리잡고 있었다. 델은 그만큼 기업용 저가PC 시장에서 맹활약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소프트웨어로 완전히 눈을 돌렸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기업용 IT솔루션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델은 레노버와 HP 등 경쟁사에 매출이 뒤쳐져 지난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상장이 폐지되자마자 전 세계 직원의 25%를 감원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모니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뺏겼다. ‘델의 몰락’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델코리아는 올해부터 기업을 상대로 한 저가 PC벤더 기업 이미지에서 탈피해 ‘기업용 IT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필 데이비스 델 엔터프라이즈솔루션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개인회사로 전환된 후 델은 더욱 빠른 의사결정을 하고 있으며 현재 엔터프라이즈(기업용 IT솔루션)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사장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통해 새로 수익원을 창출하려고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양대 산맥이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다. 이를 통해 델코리아는 현재 4천억 원 수준의 매출을 3년 안에 1조 원으로 올리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델코리아는 이런 비전의 현실성을 입증하려면 먼저 기업 파트너들을 대상으로 그 나름의 생태계를 구축한 HP나 IBM보다 델코리아와 손잡는 것이 좋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델코리아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5일 ‘빅데이터 솔루션 데이’를 열었다. 여기서 낮은 인프라 비용으로 빅데이터 활용이 가능한 ‘빅데이터 스타터 키트’ 상품을 소개했다. 빅데이터 스타터 키트는 특히 사용이 쉽고 개방돼 있어 초기 진입장벽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김종덕 델코리아 사장은 “빅데이터사업 강화 방안으로 앞으로 빅데이터 관련 솔루션을 보유한 파트너를 발굴하고 교육 과 훈련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빅데이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아시아에서 한국의 성장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서 델의 매출은 30% 증가했다. 수익도 50% 이상 늘었다. 1위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는 델의 ‘전략적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탄탄한 인터넷 인프라도 빅데이터 활용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매력적 요소다.

이런 성장세를 바탕으로 델코리아는 지난해 5월 델소프트웨어코리아를 설립했다. 국내 여러 기업과 인수합병을 통해 소프트웨어 부분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기존의 강점인 PC시장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연계해 시너지를 내고자 한다.

델소프트웨어코리아의 수장을 맡은 우미영 사장은 지난 1월 인터뷰에서 “농사에 비유하자면 새로운 작물을 키우면서 품종을 이해하고 잘 키우는 것을 즐긴다”며 “델소프트웨어 출범으로 다양한 작물을 키우게 된 만큼 잘 수확해 델코리아의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년 전만 해도 델코리아는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직접 영업하는 ‘다이렉트세일즈’팀만 운영했다. 그러나 수많은 고객사를 직접 만나기에 힘이 부쳤다. 이에 따라 경쟁사 HP나 IBM처럼 파트너를 갖추는 간접영업에 나섰다. 2012년 간접영업 체계를 총지휘하는 조직인 ‘글로벌커머셜채널(GCC)’을 국내에 들여왔다. 델코리아가 직판제를 벗어나 채널영업으로 사업모델을 바꾼 만큼 더욱 공격적으로 소프트웨어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