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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23일 아침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민간 금융지주회사 회장과 옛 재무부 관료 출신이라는 경력을 놓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임 내정자의 자질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임종룡의 부담, NH농협금융 회장 경력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르면 3월 초 임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실시된다. 임 내정자는 지난 18일부터 금융위원회에 나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임 내정자는 민간 금융회사인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일한 만큼 금융현장을 잘 알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점이 임 내정자에게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임 내정자가 NH농협금융의 회장을 지내 과연 금융위원장으로서 공정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현직 금융회사 수장을 금융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온당한지 의문”이라며 “청문회를 통해 적임자인지 확실하게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NH농협금융 회장을 금융감독기구의 수장으로 내정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소홀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임 내정자가 2013년 6월 NH농협금융 회장으로 취임한 뒤 일어난 일련의 금융사고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NH농협금융은 2014년 1월 NH농협카드 고객 2158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를 냈다. 지난해 2월 밝혀진 KTENS 협력회사 부실대출 사건에서도 약 300억 원을 부실대출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이달 초 주의징계를 의결하기도 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임 내정자가 민간 금융회사 회장으로 일한 경력 자체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나 재직할 때 논란이 된 사건은 철저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 내정자는 NH농협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KTENS 협력회사 부실대출은 취임하기 전 구축된 시스템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해명하고 있다.
임 내정자는 NH농협금융 회장 경력이 금융위원장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그는 “NH농협금융 회장으로 일했던 2년 동안 여러 가지를 느꼈다”며 “이런 경험이 금융위원장으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모피아의 금융수장 독점 논란
임 내정자가 옛 재무부(현재 기획재정부) 고위관료를 가리키는 ‘모피아’라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임 내정자의 전임자인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도 재무부 출신 관료다. 임 내정자가 뒤이어 임명되면서 모피아가 전문성과 상관없이 금융당국의 수장을 독점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임 내정자는 경제관료 출신으로 금융지주회사 회장을 맡은 전형적 관피아”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임 내정자가 금융규제 완화를 추진하려는 대목에 대해서도 청문회에서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임 내정자는 지난 22일 “규제의 전반적 틀을 시장자율과 경쟁을 불러오는 방향으로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는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금융규제 완화를 절대, 절대, 포기해서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금융위원장으로서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야당은 임 내정자에게 규제완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들은 뒤 청문회에서 판단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기식 의원은 “임 내정자는 정부가 내세운 규제철폐 기조의 틀 안에서 금융규제 완화 방침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