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8-09-30 17: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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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총력을 기울여온 로즈뱅크 해양설비 수주전의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발주처인 석유회사 셰브론이 이 프로젝트 사업의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해양설비 최종 발주일정이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30일 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 에퀴노르가 로즈뱅크 프로젝트의 셰브론 보유지분을 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셰브론 대변인은 최근 한 기업이 로즈뱅크 프로젝트 지분 40%를 사들이는 데 관심을 보이고 접촉했다고 인정했다.
이 잠재적 구매자가 어디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로이터와 업스트림 등 외신들은 업계 소식통에 근거해 에퀴도르라고 추정했다.
노르웨이 해양산업 전문매체인 업스트림은 “셰브론이 지닌 로즈뱅크 유전 개발권이 내년 5월이면 만기되는 만큼 이 프로젝트를 매각할 것인지 계속 개발을 진행할 것인지를 놓고 압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셰브론이 최근 자산을 줄줄이 팔아 유럽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축소하고 있는 점도 매각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 회사는 25일 덴마크 법인 지분을 프랑스 최대의 정유회사 토탈(Total)에 팔기로 합의했고 7월에는 로즈뱅크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영국 북해지역의 자산을 전부 매각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로즈뱅크 프로젝트는 영국 북해 셔틀랜드 군도에서 175km 떨어진 해상 유전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셰브론이 사업의 지분 40%, 캐나다 선코에너지가 40%, 시카포인트에너지(Siccar Point Energy)가 20%를 소유하고 있다. 셰브론이 만약 에퀴도르에 지분 40%를 팔면 이 프로젝트에서 완전히 손을 털게 된다.
로즈뱅크 프로젝트에 쓰일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의 건조는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싱가포르 셈코프마린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당초 9월 말이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는데 아직 소식이 없는 데다 지분구조가 바뀌면 일정은 더 미뤄질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당장 수주가 급한데 달갑지 않은 일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수주잔고가 1개밖에 남지 않았다. 2020년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설계 기간을 감안했을 때 내년 상반기까지 수주를 못하면 일감이 끊긴다.
올해 수주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로즈뱅크 해양설비는 계약 규모가 20억 달러 안팎으로 추정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수주목표가 73억 달러인데 수주하면 목표의 25% 가량을 단번에 채워넣게 된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은 6월 기자간담회에서 “수주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봐서 올해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별도로 말할 것”이라고 했는데 로즈뱅크 수주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10월 금속노조 가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수주를 통해 인력 절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올 것으로 여겨진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분 매각 가능성 등 변수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로즈뱅크 프로젝트는 그동안 사업에 굴곡이 많았다.
셰브론은 로즈뱅크 프로젝트를 2004년부터 14년에 걸쳐 끌어왔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를 얻지 못했다. 2013년 로즈뱅크 해양설비를 현대중공업에 주문했다가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2016년 12월 취소하기도 했다. 이후 생산 규모와 계약금액을 줄여 재발주에 나서는 등 우여곡절이 이어졌다.
셰브론 관계자는 26일 오일가스 전문매체 리그존에 “우리는 기본설계(FEED) 진행 등을 통해 로즈뱅크 프로젝트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북해에 에너지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