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유화가 에쓰오일의 석유화학사업 진출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대한유화는 에쓰오일로부터 그동안 대규모 나프타를 공급받아왔는데 머지 않아 나프타 공급물량이 끊기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유화는 에쓰오일의 석유화학사업 진출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그동안 부업으로 원유를 정제할 때 생기는 나프타를 팔아왔는데 최근 나프타를 원료로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게다가 에쓰오일이 새로 짓는 석유화학공장과 대한유화의 공장이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에쓰오일로 인력 유출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에쓰오일은 2023년까지 울산에 연간 150만 톤 규모의 스팀 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공장설비를 짓는 데 5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시설들이 완공되면 에쓰오일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원료로 에틸렌 등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고 이를 다른 공정으로 옮겨 폴리에틸렌 등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들을 양산하게 된다.
대한유화는 에쓰오일로부터 나프타를 대량으로 받아왔던 터라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한유화는 현재 에쓰오일과 고정 거래처 계약을 맺고 에쓰오일로부터 나프타의 70%~80%를 받고 있다. 나머지는 중동, 인도, 동남아 업체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국내에서 에쓰오일로부터 나프타를 받는 업체는 대한유화가 유일하다. 국내 업체로부터 원재료를 공급받으면 운송비가 절감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에쓰오일이 대한유화에 공급하는 나프타는 2018년 8880억 원 규모인 1300만 배럴로 예상된다. 2017년에는 5776억 원 규모의 나프타(1100만 배럴)를 공급했다.
하지만 대한유화는 머지 않아 나프타를 해외에서 전부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대한유화가 에쓰오일에 나프타를 주문하면 며칠 안에 받을 수 있지만 해외에서 조달하게 되면 1개월에서 1.5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시장 상황에 따른 탄력적 대응이 어려워지는 셈이다.
대한유화는 나프타를 바탕으로 에틸렌과 프로필렌,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생산하고 있는데 원재료인 나프타가 제때 공급되지 못한다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인력 유출 가능성도 대한유화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대한유화는 온산과 울산에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두고 있는데 에쓰오일은 온산에 석유화학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에쓰오일이 생산하려는 에틸렌 생산량은 연간 150만 톤가량이다. 에틸렌 100만 톤 당 300명 안팎의 생산기술직 직원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 에쓰오일은 450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온산에 자리한 대한유화 직원들이 에쓰오일로 이직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에쓰오일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7400만 원가량이고 대한유화는 47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에쓰오일이라는 대기업이 주는 안정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대한유화의 숙련공들에게 에쓰오일은 매력적 이직처가 될 수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석유화학사업 진입으로 생산기술직 인력 품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신규 인력을 끌어다써야 하는 상황인데 대한유화의 인력 누수 현상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