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대규모 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한 회장과 윤 회장은 정부의 배당확대 요구를 받아들여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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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
일각에서 두 회사 모두 외국인 주주비율이 높은 점을 들며 높은 배당이 국부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올해 3013억 원의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KB금융이 출범한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1주당 배당액은 780원이며 시가배당률은 약 2.1%다.
KB금융은 이번 조치로 2014년 순이익에서 배당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배당성향이 올해 21.5%로 상승했다. 지난해 15.1%에서 6.4%포인트나 상승했다.
신한금융도 올해 전체 배당금액을 5124억 원으로 늘렸다. 1주당 배당액은 950원으로 사상 최대다. 지난해 650원보다 300원이나 올랐다. 배당성향도 2014년 16.2%에서 올해 21.6%로 높아졌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정부의 배당확대정책에 따라 올해 배당금액을 크게 높인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배당금액을 높게 책정한 기업이 배당소득으로 내야 하는 원천징수세의 세율을 낮추는 배당소득 증대세제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통해 배당금액을 늘리라는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KB금융은 국민연금기금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지분 9.9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한금융도 국민연금이 보통주 8.81%와 의결권 없는 우선주 18.02%를 소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금융지주회사는 지난해 실적이 비교적 나쁘지 않았고, 배당을 확대하라는 정부의 요청에 화답하기 위해 배당을 늘렸을 것”이라며 “주주이익을 늘려 자본이 더 유입되기를 바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배당금액을 늘린 기업들에게 대출과 수수료 감면 등 각종 서비스를 지원하고 개인투자자의 투자확대를 유도하는 ‘KB금융 배당 활성화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KB금융의 배당금액도 늘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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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윤종규 회장은 당시 “KB금융의 배당 활성화 지원 프로그램이 기업의 합리적 배당을 유도하고 국내 내수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동우 회장도 지난달 신한금융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아시아지역에서도 배당성향이 굉장이 낮은 편으로 큰 그림에서 배당을 확대하려는 정부정책이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며 “올해 배당성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모두 외국인 주주가 보유한 지분이 많아 배당금액을 확대하는 것이 국부유출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KB금융은 배당기준일인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 외국인 주주의 보유지분율이 68.2%에 이른다. 신한금융도 전체 지분의 67.5%를 외국인 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이번 배당금액 상향은 외국인 주주들의 이탈을 막고 장기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며 “양쪽 모두 외국인 주주 비율이 매우 높은 만큼 외국으로 자금이 유출된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정부가 주식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배당을 늘리는 것 때문에 국민이 애써 만든 부가 유출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금융 등 공공성이 강한 시장에서 국부유출 문제를 방치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