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가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에서 벗어나게 될까?

17일 업계에 따르면 항공업계 노동자들이 필수공익사업장 해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다시 높이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필수공익사업장' 해제 목소리 다시 높아져

▲ 대한항공조종사노조 관계자들이 6월8일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항공업의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해지와 대한항공 경영진 퇴진을 위한 촉구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항공·공항사업장 대표자협의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항공업 필수공익사업장 폐지 촉구 결의 대회’를 열었다.

대표자협의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국적 대형항공사 노조(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 일반노조)로 구성된 단체다.

이들은 정부가 2006년 항공운수업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민주노총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필수공익사업의 범위 축소를 제안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필수공익사업 범위 축소를 권고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 있을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에 앞서 노동법 개정과 행정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 단결권 보장 문제는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기 위해 필요한 해묵은 문제”라며 “모든 노동자들이 권리를 쟁취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1조 2항에 따르면 필수공익사업은 그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저해하고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않은 사업을 말한다.

항공운수사업은 같은 항 1호에서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있다.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같은 법 42조의2 2항에 따라 해당 사업의 정당한 유지·운영을 정지, 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이를 행할 수 없다. 사실상 전면 파업의 길이 막히는 것이다.

항공업계 노동자들은 이런 조항이 쟁의권을 불필요하게 제한해 노동자와 회사 사이 힘의 균형을 무너뜨린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의 ‘갑횡포’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항공업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됐던 2006년과 항공업계의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도 폐지를 요구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두 대형 항공사가 대부분의 여객 공급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저비용항공사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데다 국내에 취항하는 외항사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몇몇 항공사 쟁의활동으로 국민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여객 수 가운데 두 대형항공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44.3%다. 2007년 63.1%에서 18.8%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다만 항공업이 필수공익사업에서 벗어난다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저비용항공사가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단거리 노선에 국한돼있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는 대부분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대형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진에어를 제외하고는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지 않고 있다.

파업으로 대형항공사 업무가 마비된다면 유럽, 미국 등 장거리 노선을 통한 승객이나 물류 운송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국가가 항공업을 필수공익사업을 지정한 이유는 항공업이 마비됐을 때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항공업은 다른 교통수단으로 대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특수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는 항공업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기 전인 2005년 대규모 파업을 진행했다. 당시 결항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편은 모두 3051편으로 '항공 대란'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항공업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된 뒤 진행된 조종사 파업은 2016년 12월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이 전부다. 2016년 파업에서는 법적으로 파업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됐기 때문에 큰 혼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현재 노조가 있는 제주항공, 진에어 등의 저비용항공사에서는 아직까지 필수공익사업장과 관련된 갈등이 크게 불거진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