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해 들였던 노력의 빛이 바랬다.
31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은 여당과 야당의 의견 차이로 8월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된 데다가 9월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10%(의결권 있는 지분 기준 4%)에서 늘리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담은 법안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와 지분 보유 한도 완화가 적용되는 대상의 범위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지분 보유 한도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은 25% 또는 34%, 자유한국당은 50%를 주장하고 있다.
지분 보유 한도 완화가 적용되는 대상을 놓고는 더불어민주당은 자산규모 10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을 제외하되 정보통신기술(ICT)분야 자산 비중이 50% 넘는 기업에는 지분 보유 한도에 예외를 둘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지분 보유 한도 완화 대상에 예외를 둘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여당과 야당은 지분 보유 한도를 놓고는 34%로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졌지만 지분 보유 한도 완화 대상을 놓고는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9월 정기국회로 논의가 미뤄졌다.
최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는데 현재 상황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최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가 24일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을 심사하기 위해 열었던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의원들을 만나 법안 통과를 설득했다.
금융위원장이 국회 법안소위에 직접 참석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그만큼 최 위원장이 법안 통과에 열의를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 위원장은 법안소위 말고도 여당과 야당 사이의 법안 통과를 위한 협의 과정에도 참여하는 등 수시로 국회를 드나들며 국회의원들을 만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9월 정기국회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최 위원장의 고심은 더욱 깊어졌다.
여당과 야당이 지분 보유 한도 완화 대상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다가 여당 내부에서도 지분 보유 한도를 놓고 25%안과 34%안으로 의견이 나뉜다.
34%라는 지분율은 현행 상법의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 정족 수인 3분의2를 저지할 수 있는 지분율이다. 34%의 지분율을 확보하면 대주주로서 특별결의사항을 놓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야당이 지분 보유 한도 제한 50%를 주장하면서도 34%까지는 양보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당에는 34%의 지분율까지 허용할 필요는 없다는 의원과 아예 은산분리 완화 자체를 반대하는 의원까지 있어 법안 통과가 지연될수록 여당 내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가 법안 처리를 놓고 큰 틀에서 합의 하더라도 지분 보유 한도 완화 대상을 법령에 규정할 것인지 시행령으로 규정할 것인지 문제와 지분 보유 한도 완화 대상의 구체적 범위 등 곳곳에 법안 통과를 가로막을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최 위원장은 법안의 9월 정기국회 통과를 위해 개별 국회의원들을 찾아 설득하고 여당과 야당의 의견 조율 과정에 참석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 부을 것으로 보인다.
10월부터는 국회에서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만큼 9월 정기국회에서도 법안 통과가 미뤄지면 법안 통과는 더욱 불투명해 지기 때문이다.
법안 통과가 10월 뒤로 미뤄지면 금융위 업무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금융위는 9~10월에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를 열어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방안을 확정한 뒤 올해 안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신청을 받을 계획을 세워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