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등 국산 맥주회사 3곳이 한국수제맥주협회에서 국회의원 발의를 통해 주세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등은 주세법에 종량세체제가 도입되면 국산 맥주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 (왼쪽부터) 브루노 코센티노 오비맥주 대표이사 사장과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 이종훈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대표이사. |
26일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입법 발의를 통해 주세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협회는 주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의원들을 설득할 계획을 세웠다.
협회는 주세법에 종량세가 적용되면 고급 맥주 가격이 내려가 소비자 후생이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현재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의원들을 설득할 자료를 만들고 있다”며 “태스크포스에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교수진들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주세법에 종량세체계가 도입되면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에게 반가운 일이다.
현재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를 과세표준으로 삼고 있어 수입 신고가를 조절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이에 따라 국산 맥주업체들은 그동안 역차별을 주장해 왔다.
주세법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 과세표준이 중량으로 통일돼 수입 신고가를 조절할 여지가 없어지면서 세금 역차별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어떻게 입법이 될지 아직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주세법에 종량세체제가 도입되면 국내 맥주회사들은 국산 맥주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고 저가 수입 맥주 제품들은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등은 주세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앞으로 수입 맥주의 가격 공세를 지속적으로 받게 될 것으로 주류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하이트진로나 오비맥주가 앞으로 맥주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말도 일각에서 나왔다.
발포주를 내놓거나 자체적으로 맥주를 수칩해 판매하는 비중을 키워서는 전체 맥주 매출을 방어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결국 국산 맥주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국산 맥주를 역수입하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비맥주는 6월 2018년 러시아월드컵 한정제품인 카스 740밀리리터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한 뒤 국내에 들여오는 방식으로 100밀리리터당 판매가격을 약 12% 낮췄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 맥주를 선택하는 데는 가격뿐 아니라 맥주 품질 등도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국내 맥주회사들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겨 역수입을 하는 방식도 대안이 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국내 맥주회사 노조의 한 관계자는 “국산 맥주의 생산이 해외로 이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심각한 고용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맥주 과세체계를 종량세로 개편을 통해 노동자의 생존권과 일자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을 7월30일 확정했는데 맥주세를 개편하는 내용을 세법 개정안에 넣지 않았다.
김동연 부총리는 “맥주 종량세 전환은 조세 형평 측면과 함께 소비자 후생 측면도 모두 봐야 한다”며 “세금을 올리면 일상에 시달린 뒤 집에 가서 맥주 한 잔 마시는 서민들에게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