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의 공급 과잉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업체들 사이의 가격 경쟁도 갈수록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새 공정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며 반도체 기술력으로 경쟁사의 공세를 방어하는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7일 "낸드플래시 평균가격 하락세가 연말로 갈수록 더 가파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 증가보다 빠르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올해 초부터 완만한 내림세를 보이던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은 7월 들어 제품별로 3.8%~5.9%에 이르는 가파른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비교적 기술 장벽이 높았던 기업용 SSD에 사용되는 고용량 낸드플래시시장에서도 반도체기업들 사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평균가격 하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 이외 다수 업체들이 기업용 SSD시장에 진입하며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여러 반도체기업의 낸드플래시 생산 효율성과 수율이 개선되며 업황 악화가 빨라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은 수요 증가로 직결될 가능성이 D램 등 다른 반도체와 비교해 높다.
PC와 서버 고객사들이 낸드플래시 가격에 따라 하드디스크 저장장치에서 SSD로 전환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 PC와 스마트폰의 낸드플래시 평균 탑재량 증가 속도가 D램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도 수요가 늘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결국 삼성전자를 포함한 메모리반도체기업들로서는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이 떨어지면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힘쓰기보다 적극적으로 가격을 낮춰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전략이 유리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시장 변화에 맞춰 낸드플래시 원가를 줄일 수 있는 새 공정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제품에 TLC(트리플레벨셀)공정을 주력으로 활용해 왔다. 경쟁사가 집중하는 QLC(쿼드레벨셀) 방식보다 성능과 내구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TLC는 하나의 반도체소자에 3비트, QLC는 4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다. 같은 용량의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때 이론상 QLC가 생산 효율을 최대 33%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QLC 기반의 소비자용 SSD를 처음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용량을 높이면서도 이전보다 가격을 낮춘 제품으로 수요를 적극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QLC 기반 낸드플래시는 향후 기업용 SSD와 모바일 저장장치까지 확대돼 적용될 것으로 예정됐다.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한 90단 이상의 3D낸드 기반 낸드플래시에 TLC 공정을 적용했지만 이른 시일에 QLC를 활용한 제품도 개발해 양산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90단 이상의 3D낸드 공정 역시 기존의 64단 3D낸드보다 고용량 낸드플래시의 생산 원가를 절감하는 데 효과적인 기술이다. QLC공정과 동시에 적용할 때 강력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 90단 이상 3D낸드 공정을 적용한 삼성전자 낸드플래시(왼쪽)와 QLC 기반 SSD. |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 등 낸드플래시 주요 경쟁사가 QLC 기반의 96단 3D낸드 SSD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히며 고객사에 공급을 추진하자 삼성전자가 발빠르게 뒤를 쫓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반에는 TLC 등 기존 공정도 활용되겠지만 점진적으로 QLC공정이 중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낸드플래시 용량과 원가 측면에서 발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90단 이상의 3D낸드 역시 새로 생산설비를 들이는 대신 기존의 생산라인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양산하며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하지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갈수록 원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90단 이상 3D낸드와 QLC공정의 비중 확대에 모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되면 잠재되어 있던 수요가 빠르게 올라올 공산이 크다"며 "내년부터 평균가격 하락폭이 축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