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상화폐 거래 시스템이 불안정하고 제도도 미비해 가상화폐 보험을 만드는 데 손해율 등 위험 부담이 크지만 가상화폐 보험을 통해 미래 혁신사업과 핀테크에서 앞서나갈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에 대비한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가 7월 한화손해보험을 가상화폐 거래소와 보험계약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면서 한화손해보험이 국내 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가상화폐 보험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한화손해보험은 해킹으로 발생한 가상화폐의 재산상 손실을 직접 보장하는 보험상품을 만드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이미 가입한 '사이버종합보험'이라는 기존상품도 해킹 피해를 보상해 주지만 정보 유출, 데이터 손해·도난에 따르는 손해만 보장하고 가상화폐 자체가 도난당해 사라졌을 때 그 재산상 손해를 담보해주지는 않는다.
그동안 국내 보험사들은 가상화폐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명확한 제도가 형성되지 않았고 가상화폐 거래 안정성도 아직 담보되지 않아 보상범위와 손해율 산정 등의 부담으로 가상화폐 보험상품을 만드는 데 선뜻 달려들지 못하고 있었다.
한화손해보험 관계자는 “가상화폐 보험시장에 국내 보험사로서 첫 도전을 하는 것은 부담이지만 한화 금융 계열사들이 최근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핀테크 역량을 강화하는 데 맞춰 가상화폐 보험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적극적으로 블록체인협회와 가상화폐 보험 개발을 논의한 결과 한화손해보험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뽑히게 됐다”고 말했다.
빗썸, 코인레일, 유빗 등 유명 가상화페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가상화폐 투자 피해규모만 1천억여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면서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보험상품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가상화폐 보험이 따로 없는 상황에서 해킹 피해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가상화폐를 재매입해 보상해 주기를 기다리거나 일부에서 자체 발행한 코인을 대신 받는 방법 말고는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빗썸은 6월 해킹으로 189억 원어치 가상화폐가 사라졌지만 기존에 가입한 사이버보험 등으로는 피해를 보상해 줄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빗썸은 현대해상 사이버종합보험과 흥국화재의 개인정보유출배상보험으로 모두 60억 원 한도의 보험을 들었으나 네트워크 보안, 정보 유지 위반 등 다른 부문의 위험을 보장받는 것이고 거래소 시스템이 뚫려 재산 자체가 사라진 것은 보장범위에 들어있지 않았다.
코인레일은 6월 해킹으로 400억여 원의 투자금이 사라졌지만 한꺼번에 피해액을 마련할 수 없어 수익금으로 단계적 보상을 하기로 했다. 궁여지책으로 자체적으로 발행한 가상화폐 ‘레일’을 대신 지급하기로 했지만 레일의 원화 환산가치의 신뢰가 떨어져 투자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정보를 분산저장해 가상화폐 자체의 보안성은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하지만 '가상화폐를 주고받는' 거래소는 중앙집중방식으로 저장하고 처리하는 일반 보안 시스템과 다를 것이 없어 해킹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는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되고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가상화폐 투자자는 금융 소비자로 법률 보호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