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금융감독원 요구대로 일괄 지급하는 것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지급 책임이 약관 조문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한화생명의 상황을 반영한 의견서를 만들고 있다. 앞서 일부 지급을 결정해 금감원에 반기를 든 것으로 비쳐진 삼성생명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 한화생명 건물 전경.
한화생명은 7월10일까지 제출하기로 했던 의견서를 8월10일로 한 달 미룰 정도로 미지급액 지급 결정에 여러가지 해석을 놓고 심도있는 논의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즉시연금 만기환급형 가입 약관에 ‘만기보험금을 고려해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한 뒤 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금 지급 때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공제한다’고 정확히 명시하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설명이 됐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처럼 약관에 공제와 관련한 내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제액 전부를 돌려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즉시연금은 종신형과 만기환급형으로 나뉘는데 만기환급형에서 보험사들이 약관에 명시 없이 만기환급 때 지급할 금액(책임준비금)을 고객에게 지급할 연금액의 일부를 떼어 쌓았던 것이 문제가 됐다.
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보장계약 보험료 등을 뺀 순보험료를 기준으로 연금액을 산정하되 그 연금액을 추가적 공제 없이 모두 지급하고 만기에 돌려주기로 한 보험료도 내주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화생명은 6월20일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연금을 지급할 때 만기보험금을 지급할 재원을 공제한다’는 약관의 내용이 없었다며 지급한 연금액의 부족 부분을 고객에게 돌려주라는 결정을 받았다.
같은 유형의 피해를 본 고객에게 일괄 구제가 적용된다면 한화생명은 모두 850억 원 가량을 한꺼번에 즉시연금 만기환급형 가입자에게 내줘야 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일괄 구제제도를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가장 먼저 시범적으로 적용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는 보험사들이 제시한 약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보험사마다 지급 의무 여부와 범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생명은 한화생명과 약관의 내용이 비슷해 한화생명의 결론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은 즉시연금 약관에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 방법서에 따라 계산해 연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만기보험금 지급재원 공제 규정이 편입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하나생명도 KDB생명과 유사한 약관을 지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생명도 2017년 11월 분쟁조정위원회에 KDB생명과 비슷한 주장을 했지만 분쟁조정위원회는 산출 방법서는 보험사 내부서류에 불과해 약관만으로 가입자가 만기보험금 지급재원 공제사실을 알 수 없다고 판단하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NH농협생명은 생명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연금 지급 때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고 명시해 이번 문제에서 자유롭게 됐다.
NH농협생명은 '가입 후 5년 동안 연금 월액으로부터 공제한 재원을 통해 5년 이후 책임준비금이 보험료와 같아지도록 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넣었기 때문에 분쟁조정위원회는 NH농협생명과 관련한 즉시연금 과소 지급 민원을 모두 기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