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9일 시작된 철도 파업이 역대 최장 기록을 넘어 열흘째 계속되고 있다. 사측은 파업 노조와 협상의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은 채 무조건 현장 복귀를 강권하고 있다. 표면적인 파업의 이슈는 수서발 KTX로 촉발된 민영화 논란이지만, 현재 파업이 장기화되는데는 회사와 노조의 힘겨루기가 바탕에 깔려있다. 그 가운데 파업 대체인력으로 인해 인명사고가 발생하며 코레일의 인력 관리가 비난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코레일은 파업 중인 직원들을 대신해 비조합원 4,749명, 외부인원 1,286 등 6천여명의 대체인력을 현장에 배치했다. 이들 가운데는 철도대 학생 238명이 포함돼 있었다. 결국 지난 12월 15일 대학 1학년 학생이 차장으로 근무하던 중 80대 노인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에 대해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사고를 당한 어르신에게 정말 죄송스럽고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노조는 국민의 안전을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당장 모두 일터로 복귀하라"고 노조에게 책임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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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레일은 철도 노동자들의 일을 단순업무라 주장한다 |
그러나 이에 대해 코레일이 대체인력 관리를 잘못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코레일은 이들이 맡은 차장업무가 단순업무라 대학생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노조와 전문가의 생각은 다르다. 차장은 안전관리와 기관사 보조 등 경력과 숙련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9년까지 역무원 경력 3년, 수송원 경력 2년 이상일 경우에만 차장 등용시험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차장으로 발령된 신규 인원은 100시간 이상 교육을 받도록 규정에 명시돼 있다. 그나마 대체인력들은 3일간 고작 24시간만 교육을 받고 급하게 현장 배치됐다.
코레일의 인력 관리가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코레일은 대체 인력들이 하루 4~5시간 근무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10~12시간씩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이들의 업무 피로는 누적되고 사고 위험성은 높아진다. 다음주에는 철도대 학생들이 모두 철수하게 돼 더욱 어려움이 예상된다. 인력이 부족해 사무직까지 동원하고 있는 형편이다.
코레일은 지금까지 파업에 참가한 직원 총 7,929명을 직위해제했다. ‘어머니의 마음’이라며 직원들을 직위해제하고, 그들의 일을 단순업무로 취급해 숙련되지 않은 인원으로 대체하는 식으로 파업 난국을 헤쳐나가긴 어렵다. 대화의 창을 닫고 무조건 복귀를 강요하는 것은 코레일이 직원들을 협상대상자가 아닌 일방적 명령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이런 코레일의 태도가 대체인력 관리에도 소홀하게 한 근본 원인이다. 코레일이 노조든 대체인력이든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여기는 한 노사간의 거리를 좁히는 일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