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앱)의 성능이 급격히 좋아지면서 차량용을 따로 설치하지 않고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 여민수(왼쪽부터),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시장조사업체 마케팅인사이트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운전할 때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을 이용하는 운전자는 전체의 49%에 이른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시장의 절대강자는 SK텔레콤의 ‘T맵’이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3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55%가 주로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앱으로 T맵을 꼽았다. 2위는 18%의 사용자들이 응답한 ‘카카오내비’였다.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T맵이 80%의 만족도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카카오는 구글과 손을 잡고 T맵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구글은 차량용 인공지능(AI)비서 서비스 ‘안드로이드 오토’를 12일 국내에 출시하면서 카카오와의 협업을 발표했다. 이용자는 안드로이드 오토 앱을 내려받을 때 카카오내비를 함께 내려받게 된다. 안드로이드 오토 이용자들은 내비게이션 앱 가운데 카카오내비와 구글 자회사 웨이즈의 내비게이션 앱 ‘웨이즈’만 이용할 수 있다.
한글 음성 지원이 안되고 국내 세부 지도도 제공되지 않는 웨이즈가 국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살피면 사실상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하는 국내 운전자들은 대부분 카카오내비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윤주선 카카오모빌리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안드로이드오토 서비스의 국내 출시는 카카오내비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내수 자동차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전 기종에 안드로이드 오토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는 점도 카카오내비에 유리한 점이다. 하지만 디스플레이에 스마트폰을 연결해 사용해야한다는 점에서 스마트폰에서 앱을 실행시키기만 하면 이용할 수 있는 T맵보다 이용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자사의 인공지능 비서 플랫폼 ‘누구’와 T맵을 결합시켜 ‘T맵X누구’서비스를 시작하고 ‘T맵 생일잔치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최근 출시한 '누구 버튼'은 이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누구 버튼은 T맵 음악을 들을 때 음성인식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고객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서비스다. 누구 버튼을 이용하면 T맵이 사용자의 음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 자동차 핸들 등에 부착한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간단히 음성인식 기능을 작동(웨이크업)시킬 수 있다.
구글과 손잡은 카카오내비와 T맵의 첫 대결은 휴가철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휴가철에는 차량 이용률이 급등할 뿐 아니라 평소에 자주 가지 않는 장소를 찾아가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앱 이용도 급격히 늘어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휴가철에는 평소보다 차량 운전시간이 길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기능 뿐 아니라 음악 재생 등 운전의 지루함을 달래줄 수 있는 기능도 중요하다”며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T맵과 안드로이드 오토의 실질적 대결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