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6월29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 조사결과와 관련한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기업집단의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등의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상속증여세법상 공익법인’ 165곳을 조사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 실태의 분석 결과’를 1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분석 결과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공익 증진에 기여했으나 동시에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등의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대부분 총수일가가 세제 혜택을 받고 설립한 뒤 이사장 등의 직책을 맡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법인은 그룹 내 핵심 출자회사의 지분도 집중 보유하고 있었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165곳 가운데 138곳(83.6%)이 동일인, 친족, 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일인, 친족, 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의 대표자(이사장 또는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곳도 98개(59.4%)에 이르렀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자산 구성에서 계열사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지만 계열사 주식을 통해 얻는 수익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구성 중 주식 비중은 21.8%(계열사 주식은 16.2%)에 이르러 전체 공익법인보다 4배가량 높았으나 주식이 공익법인 수익에 미치는 기여도는 1.15%(계열사 주식은 1.06%)에 그쳤다.
공익법인이 주식을 보유한 119개 계열사 가운데 112곳(94.1%)이 상속증여세 면제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법인은 보유한 계열사 주식과 관련한 의결권을 행사할 때 모두 찬성 의견을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 또는 사익편취 등에 이용됐다고 의심되는 사례들이 많았다”며 공익법인이 지배력 유지, 계열사 우회지원, 규제회피 수단으로 이용된 구체적 사례들도 공개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공익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기업집단분과)에서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토론회와 간담회 등 외부 의견 수렴을 거쳐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다만 이번 실태 조사가 대기업집단과 관련한 직권조사나 제재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 조사 결과를 공익법인 공시 강화, 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의 제도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로만 활용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및 경영권 승계, 부당지원과 사익편취 등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제도 개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2017년 12월부터 공익법인 운영 실태를 조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