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대표적 험지로 여겨졌던 ‘서울 강남권’에서 서초구를 제외한 강남구와 송파구, 강동구에서 구청장을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강남권 구청장 세 자리를 확보한 것은 민선으로 지방선거가 치러진 1995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자유한국당 계열이 서울 강남권 구청장을 사실상 독식하면서 도시정비사업 활성화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도시재생 등 소규모 도시정비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정순균 후보와 박성수 후보, 이정훈 후보가 각각 강남구청장과 송파구청장, 강동구청장에 당선됐다.
이들은 박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여러 정책에서 손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부동산정책을 놓고는 갈등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
서울 강남권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재건축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각 구청장이 주민들의 재건축 요구를 외면하기만은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지방선거 운동기간에 재건축사업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이른바 ‘우회전’하는 공약을 제시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정순균 강남구청장 당선인은 선거때 제1순위 공약으로 ‘잃어버린 재산권, 반드시 되찾겠습니다’를 내세우며 “강남 재건축을 통해 파리 16구와 같은 쾌적한 도시를 만들겠다”며 “재건축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정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나의 재건축 공약은 자유한국당과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시와 연대해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의 재건축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와 관련해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1가구 1주택 실거주자와 실수요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수정입법을 촉구하겠다고도 밝혔다.
▲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그동안 은마아파트 소유주들이 재건축사업 설계와 관련해 서울시와 마찰을 빚었던 점, 대치쌍용2차 아파트 조합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반발하며 위헌소송을 냈던 점 등을 고려해 주민들의 뜻을 반영하려는 뜻으로 읽힌다.
박성수 송파구청장 당선인도 공약을 통해 “재건축을 촉진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고 이성수 강동구청장 당선인은 암사동 도시재생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지원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의 세 당선인 모두 문재인 정부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동산정책과는 다소 결이 다른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물론 당선인들이 정부나 서울시의 부동산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같은 당 인사로서 다양한 소통채널을 활용해 재건축사업 추진에 따르는 규제 수위를 낮출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순균 당선인은 강남구청 안에 재건축재개발 전담부서를 만들어 서울시·국토교통부와 상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박성수 당선인도 과거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재건축처럼 서울시장까지 올라가야 할 문제는 구청장이 중간 통로가 되어야 하는데 현 구청장은 그런 점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제가 여당 구청장이 된다면 그런 부분은 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