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도성환, 편의점사업 경쟁적으로 확대  
▲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이 골목 상권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편의점 진출에 본격적으로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성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한 활로를 편의점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두 회사의 진출에 대해 기존 편의점을 장악하고 있던 기존 사업자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편의점 ‘365플러스’는 지난 1월과 2월 두 달 동안 24개의 신규 편의점을 열었다. 같은 기간 CU는 6개의 점포를 늘렸고 세븐일레븐은 17개의 점포가 줄어든 데 비하면 대단한 확장이다.

이는 홈플러스가 적극적으로 가맹점 모집에 나선 덕분이다. 홈플러스는 365플러스의 사업 설명회를 매일 2차례씩 열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의정부, 일산, 분당, 수원 등 수도권에서 잇따라 사업설명회를 연다.

홈플러스는 “대표 상품 40개에 한해 대형마트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홈플러스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다량으로 공급해 주겠다”며 매력적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인테리어 공사비와 시설 및 집기 설치비를 100% 지원하고, 전기료도 50% 부담하겠다고 한다.

지난해 편의점 위드미를 인수한 신세계그룹도 오는 5월부터 가맹점 모집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위드미는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뒤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와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에 입점해 사업 확대를 위한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위드미는 전국에 88개 가맹점을 둔 독립형 편의점이다. 위드미라는 간판만 걸어놓을 뿐 로열티를 내지 않고 운영된다. 신세계는 지난해 초부터 위드미에 이마트 상품을 독점 공급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오다 지난해 말 위드미를 인수했다.

신세계그룹은 서울 본사에 ‘위드미 모델하우스’를 설치하고, 간판과 진열대 등의 새로운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새로운 모범 점포의 사례로 보여주기 위해 모델하우스 매장을 만들었다”며 “이곳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점주들에게 교육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위드미 인수로 백화점(신세계백화점)-하이퍼마켓(이마트)-슈퍼마켓(이마트 에브리데이)-편의점(위드미)으로 이어지는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완성했다.

정용진 부회장이나 도성환 사장이 골목상권 진출이라는 눈총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유통사업 전반의 불황과 대형마트가 처한 각종 규제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월 2회의 의무 휴업과 심야 영업 금지 규정을 지켜야 한다. 게다가 신규 대형마트를 열기 위해서 산업통상자원부에 상권영향평가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1개를 내기 위해서 각종 보고서와 평가서를 줄줄이 작성해야 하고 전통시장이나 인근 상인 눈치를 보고 상생협약까지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편의점도 이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기준에 따르면 250m 이내에는 동일 브랜드가 출점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편의점 빅3(CU, GS25, 세븐일레븐)의 가맹점 수는 지난해 이후 거의 정체됐다.

하지만 1000개 미만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면 특별한 출점 제한이 없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출점 제한을 받지 않는 편의점은 365플러스(50개)와 위드미(88개) 뿐이다. 경쟁업계의 성장이 주춤한 상황에서 홈플러스와 신세계는 유리한 조건에서 편의점을 확대할 수 있는 셈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력사업인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의 신규 출점이 멈춰진 상태"라며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기존에 없는 새로운 유통채널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회사 모두 자체브랜드(PB) 상품이 잘 갖춰져 있는 만큼 편의점만 늘어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자체브랜드 상품 판매가 확대되면 물류비와 마케팅비도 절감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편의점 수는 2만5천여 개다. CU(7940개), GS25(7700개),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포함 7230개)이 3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한 집 걸러 하나가 편의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포화상태다. 때문에 홈플러스와 신세계가 기존 점주들을 빼앗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사실 경쟁업체 점포를 빼앗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매출이 높은 점포의 경우 기존 가맹본부와 계약이 끝날 때 쯤 다른 업체 관계자가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리베이트로 1억 원을 주고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편의점은 1인 가구 증가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1985년에 6.9%이던 1인 가구 비율은 지난해 25.9%까지 상승했다. 편의점에서 최근 수년간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인 품목은 도시락이라는 점이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편의점이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세계 미래정책연구소는 지난해 편의점 업계 시장 규모를 11조9천억 원으로 추정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9.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백화점과 마트를 포함한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가장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