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이 신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중개하는 가상화폐 수를 늘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새 가상화폐를 상장하는 과정을 놓고 시장의 신뢰성이 흔들리는 사례가 잇달아 나타나면서 상장 심사에 더욱 공을 들여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빗썸, 신규 투자자 모집하기 위해 중소형 가상화폐 대거 상장

28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상화폐는 31종으로 3월 말(12종)과 비교하면 2달여 만에 가상화폐가 2배이상 늘어났다. 
 
빗썸 새 가상화폐 상장에 속도내, 상장심사 놓고 불신도 높아져

▲ 허백영 빗썸 대표이사.


빗썸은 새 가상화폐를 거의 상장하지 않았던 곳으로 그동안 "검증되지 않은 코인을 무분별하게 상장하면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최근 전략을 바꿨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리플 등 주요 가상화폐들만 다루던 방식에서 왁스, 파워렛저, 텐엑스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소형 가상화폐들이 대거 빗썸에서 새로 거래되고 있다.

경쟁사인 업비트가 2017년 9월 영업을 시작한 뒤 여러 가상화폐를 상장해 신규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데 성과를 거두자 이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는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렉스와 제휴를 맺고 130개가 넘는 가상화폐를 다루면서 빠르게 거래액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빗썸은 오래동안 가상화폐 거래소 1위 자리를 공고하게 지켜왔지만 업비트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지난해 11월부터 거래액 기준으로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종류가 많을수록 거래량이 많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곳들은 대부분 100개가 훌쩍 넘는 가상화폐 거래를 다루고 있다.

또 최근 가상화폐 거래량 감소로 수수료 수입이 함께 줄어들자 빗썸이 신규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일종의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각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가상화폐 거래액은 지난해 말 3조 원을 웃돌다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및 수익률 감소 등의 영향을 받아 최근 1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등 덩치가 크고 어느 정도 시장에 자리잡은 가상화폐들은 가격 변동성이 적은 만큼 차익을 얻기위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중소형 가상화폐들을 향한 투자 수요가 많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 새 가상화폐의 상장 심사 과정 향한 시장의 불신 점차 높아져

다만 몸집이 작은 가상화폐가 신규 상장되면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기대감 등에 투자 수요가 몰렸다가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단기간에 가격 널뛰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수익을 얻기 위해 사실상 ‘투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빗썸 새 가상화폐 상장에 속도내, 상장심사 놓고 불신도 높아져

▲ 빗썸이 상장을 미룬 '팝체인' 이미지.


새 가상화폐의 상장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안에 따라 내부적으로 상장 심사기구를 두고 절차에 따라 심사하고 있지만 내용이 불투명하고 구체적이지 않아 거래소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빗썸의 ‘팝체인’ 논란이 대표적 예로 꼽힌다.

빗썸은 5월에 새 가상화폐인 팝체인을 신규 상장하려 했지만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와 한국블록체인협회 등에서 팝체인의 신뢰성을 향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자 상장을 뒤로 미뤘다.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 팝체인 개발진과 빗썸에서 자체 개발하고 있는 가상화폐인 빗썸코인 개발진이 동일인이라는 의혹과 2개의 가상지갑에 팝체인 발행량의 91%가 담겨있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빗썸은 의혹과 관련해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팝체인 상장을 계속 추진하다 상장 직전에 연기한다는 발표를 했다. 

일각에서는 빗썸 내부상장심의위원회가 팝체인과 관련해 정상적으로 상장절차를 밟았는지 등을 놓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빗썸이 특정 가상화폐의 상장정보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기 전에 빗썸 직원이 대가를 받고 이를 일부 투자자에게 미리 흘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빗썸을 향한 의혹의 눈초리는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빗썸과 업비트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상위업체들의 신뢰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가상화폐시장의 침체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는 말이 나돈다”며 “시장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는 가상화폐 상장 심사의 투명성과 엄격성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