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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다음 대상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 제일모직과 삼성전자의 합병을 통해 이를 달성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번에 삼성물산과 합병설이 나오면서 그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삼성물산, 삼성전자 얻는 ‘열쇠’
6일 교보증권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다음 순서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유력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 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삼성물산과 합병 시나리오가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보다 용이해졌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유력하다고 보는 까닭은 삼성물산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보통주 기준으로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다. 7.21%를 보유한 삼성생명에 이어 2대 주주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으려면 무엇보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57%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3.38%를 넘겨받으려면 최소 3조7천억 원 이상을 증여세로 내야 한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기도 했다.
백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하면 삼성전자 지분 확보를 위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합병하면 삼성전자 지분 최대 7% 확보 가능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 합병으로 삼성전자 지분 4.06%를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 지분 17.08%를 활용할 경우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삼성SDS가 향후 삼성전자와 합병한다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이 삼성전자 지분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삼성SDS의 시가총액은 현재 22조7500억 원 수준인데 30조 원까지 늘어난 뒤 삼성전자와 합병한다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 17.08%는 삼성전자 지분 2.5~2.6%로 바뀐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법인은 약 7%의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대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진행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은 더욱 안정적으로 삼성전자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재용→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에서 ‘이재용→제일모직→삼성전자’로 연결고리가 단순화되기 때문이다.
백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관계법령 개정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 일정부분을 처리하더라도 삼성전자에 대한 안정적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며 “다만 제일모직이 삼성물산 전체와 합병할 지 아니면 건설부문만 합병할지 아직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