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채용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채용 과정을 외부업체에 맡기기로 했지만 외부업체가 객관적 진행자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투명한 절차를 확보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채용비리 논란 이후 첫 공채를 3월30일부터 시행한다. 2018년 상반기에 200명을 시작으로 모두 750명까지 뽑기로 했다.
▲ 손태승 우리은행장.
우리은행은 이번 신입사원 선발과정을 은행권에서는 최초로 외부업체에 맡기고 그동안 없앴던 필기시험도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가 채용 시스템에 개입하면 청탁자가 부탁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다른 지원자들도 믿음을 바탕으로 입사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2월13일 신입사원 선발에 함께할 외부기관을 선정하기 위해 입찰공고를 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춰 채용절차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과 계약을 맺었다”며 “외부 채용기관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기 위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필기시험은 2007년을 끝으로 없어졌는데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부터 다시 시행한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채용절차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다.
이번 채용절차에서 면접관 4명 가운데 2명을 내부사람에게 맡겨 우리은행 출신 면접관 비율을 절반으로 한다. 채용비리 사건이 불거지자마자 2017년 하반기 공채 때 면접관 3명 가운데 2명을 외부인사로 둔 것보다 내부면접관 비율이 늘어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업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회사의 직원을 뽑는 데 한계를 느껴 내부출신 면접관을 더 늘렸다”며 “채용절차에 필요한 기본 요건도 우리은행이 결정하고 필기시험 문제도 우리은행이 출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업체에 채용과정을 위탁하면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일부 과정에서 회사 내부인이 참여하고 부당한 개입을 시도하면 결국 정당치 못한 선발과정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채용전문업체 관계자는 “채용절차가 외부에 위탁되면 채용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여러 사람이 알게 되기 때문에 개입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일부 절차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외부면접관은 제 역할을 못 하고 또다시 부적절한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절차의 투명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