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013년 KEB하나은행 채용과정에서 32건의 비리 정황을 확인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청탁이 의심되는 사례들이 포함됐다. 채용과정에서 출신 대학교 및 여성 차별 정황도 드러났다.
▲ 최성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하나금융 채용 비리 의혹’ 특별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
최성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KEB하나은행 채용업무 적정성과 관련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2013년 KEB하나은행 신입행원 최종합격자 229명 가운데 32명이 특혜 합격자로 파악된다고 2일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금감원은 3월13일부터 4월1일까지 KEB하나은행에 채용비리 관련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적발된 채용비리 정황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16건 △특정대학 출신 합격을 위한 최종면접 단계에서 순위 조작 14건 △최종 면접에서 순위 조작을 통한 남성 특혜 합격 2건 등이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가 최종적으로 합격한 것으로 파악되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의 청탁 정황도 의심됐다.
이름 옆에 ‘
최흥식 부사장 추천’이 표기된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전형을 통과해 최종적으로 합격했다.
이름 옆에 ‘(회)’라는 글씨가 첨부돼 있는 지원자는 서류전형과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크게 미달하고 태도 불량 등으로 합숙면접에서 0점 처리 됐음에도 최종 합격됐다.
이 지원자는 2013년 당시 하나금융지주 인사전략팀장의 추천 경로로 지원했는데 김 회장의 청탁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부원장보는 “당시 하나금융지주 인사전략팀장은 ‘(회)’라는 글씨를 놓고 ‘회장 또는 회장실’에서 온 것이라고 진술했으나 김 회장으로 특정하지는 않은 만큼 김 회장과 연관성이 추정될 뿐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며 “김 회장 본인도 기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KEB하나은행은 하나은행장(당시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추천한 지원자 6명의 지원서에 ‘짱’이라고 표시하고 이들 가운데 4명을 합격시켰다. 4명 가운데 3명은 합격기준에 미달했지만 최종 합격했다.
김 전 행장은 친구 아들 2명과 다른 금융지주 임원이 부탁한 2명을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행장이 추천한 고등학교 동기 아들의 지원서에는 추천 내용에 ‘반드시 돼야 한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추천자가 ‘함 대표님’으로 표기된 지원자도 합숙면접 점수가 합격 기준에 미달했지만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했다. ‘함 대표님’은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를 맡고 있던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으로 확인됐다.
최 부원장보는 “함 행장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했다”고 말했다.
국회와 청와대 관계자의 추천 정황도 드러났다. 추천내용에 ‘국회정무실’로 표기된 지원자는 실무면접 접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했으나 최종 합격했으며 ‘청와대 감사관 조카’로 설명된 지원자는 점수가 미달했음에도 서류전형을 통과한데 이어 임원면접에서는 점수 조작으로 최종 합격했다.
금감원은 ‘국회정무실’은 하나금융지주 홍보실의 추천이었고 ‘청와대 감사관 조카’는 하나은행 부행장의 추천이었다고 설명했다.
출신 대학교 차별 사례도 추가로 적발됐다.
인사부장과 팀장, 실무책임자 등이 참석하는 실무회의에서 명문대나 해외 유명대학 등을 우대해 14명을 특혜 합격시킨 정황도 포착됐다.
남녀 차등채용을 계획적으로 추진한 정황도 적발됐다.
KEB하나은행은 2013년 하반기 채용과정에서 남녀 비율을 4:1로 차등 채용하기로 사전에 계획을 세웠다. 최종 면접에서 남성 199명, 여성 30명이 합격했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남성 201명과 여성 28명이 합격했다.
금감원은 3월30일 조사결과를 검찰로 이첩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