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모든 계열사 임원들의 내년 임금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그룹이 임금동결 카드를 꺼내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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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 번 임원급여 동결은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임직원들의 정신 재무장을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의 임원 임금동결이 재계에서 도미노처럼 확산될지도 주목된다.
19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약 2천여 명에 달하는 삼성그룹 계열사 임원들의 내년도 임금이 동결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 인사팀이 임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이메일을 보내 급여가 동결된다는 사실을 통보했다”며 “회사 경영이 어려운 만큼 임원들이 솔선수범하자는 취지의 글을 보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과거 실적이 부진한 일부 계열사에 한해 임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그룹 전체 임원들의 임금을 동결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삼성그룹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초 각 계열사 상황에 따라 임원 연봉의 10~20%를 삭감했다. 당시 삼성전자 전무급 이상 임원은 성과급 전액을, 상무급은 30%를 자진반납했다.
이번에 임금은 동결되지만 성과인센티브(OPI)는 그대로 지급된다. 성과인센티브는 연초에 세운 목표이익을 초과 달성하는 경우 초과이익 분을 임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제도다.
삼성전자의 경우 초과이익의 최대 20%를 나눠주는데 임직원들은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삼성그룹이 단순히 비용절감만을 위해 임원 임금을 동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현상황을 금융위기 시절과 비슷한 위기상황으로 보고 임원들에게 위기의식을 심어주려 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임원들이 받는 연봉을 살펴보면 기본급보다 상여금의 비중이 더 높은 편”이라며 “임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차원에서 이번에 임금을 동결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임원들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성과급 일부를 자진해서 반납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임원들은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 후 상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의 25%를 반납했다.
삼성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 대에 그치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하자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이달 초 실시된 연말 인사에서도 삼성그룹이 느끼는 위기의식이 드러났다. 전체적 기조는 조직안정이었지만 성과주의 인사를 통해 조직 슬림화를 추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적이 부진했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경우 사장 세 명이 옷을 벗었다. 삼성전기와 삼성증권, 에스원 사장 등도 교체됐다. 올해 임원 승진자는 353명에 그치며 2008년 이후 6년 만에 최소규모를 기록했다.
일부 계열사에 대한 경영진단도 실시됐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대상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외부 전문 컨설팅업체로부터 추가적인 경영진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임원연봉 동결에 나서면서 올해 실적이 부진한 다른 기업들도 연봉을 인상하지 않거나 삭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의 경우 이미 주요 임원들이 자진해서 급여를 반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