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값 내려라" 제조사 압박 나선 최문기  
▲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사진=뉴시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이번에는 통신비를 잡을 수 있을까? 최 장관은 이동통신 3사의 경영자들을 불러 통신비 인하를 주문한 데 이어 단말기 제조회사에게 공문을 보내 가격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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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단말기 제조회사에 정식 공문을 보내 단말기 가격 인하, 중저가 단말기 출시 등을 요청했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단말기 가격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제조사들에게 협조를 구한 것이다. 공문에 단말기 출고가를 20% 인하할 것과 30~40만 원 대의 중저가 단말기 출시를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단말기 제조회사들은 정부정책에 말을 아끼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영업정지로 인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출고가 인하 요청까지 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들이 13일부터 순차적으로 영업정지에 들어가면서 제조사들은 단말기 판매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정지로 향후 판매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할지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공문까지 받으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출고가 인하에 대해 단독으로 결정하기는 어렵고 시장상황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사안들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만큼 빠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잘못된 이동통신 시장을 고치지 않고 요금이나 출고가만을 뜯어고치라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현재처럼 보조금으로 좌지우지 되는 시장이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출고가를 내리면 판매 축소라는 결과밖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 장관은 이 공문을 보내기에 앞서 지난 6일 이동통신 3CEO와 간담회를 열어 통신비 인하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최 장관이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내놓은 것이 단말기 출고가격 인하였다. 최 장관은 "단말기 출고가가 상당히 부풀려져 있으며, 같은 제품이라도 국내외 가격이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최 장관은 이동통신 3CEO에게 제조회사와 협의를 거쳐 기기 출고가를 20%이상 낮출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의 CEO들은 난색을 표시했고, 결국 최 장관이 제조회사에 공문을 보낸 것이다.

 장관이 이런 공문을 보낸 데는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이 이동통신사와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갖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최 장관은 이동통신회사를 압박하기보다 직접 제조회사로 하여금 단말기 가격을 낮추게 해 궁극적으로 가계통신비를 낮추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최 장관의 단말기값 인하 요청은 날로 치솟는 통신비에서 기기 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김주한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통신요금에서 단말기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고, 거기에 출고가 부풀리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월 평균 가계통신비 지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148.39 달러로 일본과 미국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3위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특히 무선통신비의 경우 월 115.5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통신비를 인하해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주로 이동통신사를 압박했다. 그때마다 이동통신사들은 문자메시지 요금인하, 가입비 인하, 초당 과금 도입, 발신번호표시 무료화, 데이터 잔여량 이월제 시행, 기본료 인하 등 생색내기로 정부의 요금인하 요구에 대응해 왔다.

이번에 최 장관이 제조회사들에게 단말기 인하를 요청한 게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요청은 법적 근거가 없고 따라서 강제력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가격을 1만원만 깎아도 매출에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차이가 발생한다며 단말기값 인하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