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위기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발 한파가 신흥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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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16일 또다시 폭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17.0%로 6.5%P나 인상하는 초강수를 썼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이날 루블화는 한때 달러당 80루블과 유로당 100루블을 돌파하기도 했다. 루블화 가치는 연초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러시아 내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이날 증시는 12%나 하락했고 물가상승률도 10%에 근접하고 있다. 경제에 불안을 느낀 시민들은 루블화를 달러나 유로로 환전하기 위해 은행에 줄을 섰다.
러시아가 곧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사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연구원은 “내년 러시아에 필요한 유동성은 4400억 달러인데 현재 외환보유액은 4189억 달러”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경제위기가 심화하면서 신흥국 경제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러시아 금융위기가 신흥국으로 전파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닐 셰어링 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유가하락으로 러시아경제는 더 악화할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 위기가 다른 나라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터키 리라는 이날 달러당 2.41리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브라질 헤알도 2005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도 16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투자자본이 위험자산을 피해 신흥국에서 탈출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내년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강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러시아 경제위기를 강건너 불보듯 할 수만은 없다.
러시아가 우리나라의 10대 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만큼 우리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과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때도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러시아 수출이 70% 줄어든 적이 있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특임교수는 “러시아 사태가 한국에 미칠 일차효과는 크지 않지만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네수엘라 등 신흥국으로 영향이 전이되는 것이 문제”라며 “이렇게 되면 한국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러시아와 유럽 수출은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금융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상대적으로 견고한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17일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고 루블화 폭락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관찰하기로 했다. 한은은 러시아 위기가 신흥국에까지 영향을 줄 경우 시장불안 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