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의 부담이 더 커졌다.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를 피하려면 한미FTA 개정과 연계해 논의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미FTA 개정협상, 철강 관세 부담으로 더욱 어려워져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연합회 초청 강연회에서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의 수입 철강 관세부과 조치를 다룰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백 장관은 “FTA 협상의 틀 안에서 철강 관세 부과를 논의하도록 할 것”이라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협상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규제조치에 서명했다. 서명 15일 후인 23일부터 효력이 생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국가의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거론했지만 최종안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를 잠정적으로 제외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진전 상황에 따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우리나라는 결국 관세 부과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캐나다와 멕시코처럼 한미FTA 개정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 내용에 따라 이들처럼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백 장관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한미FTA 협상 테이블에서 관세 문제를 다루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미FTA 협상에서 철강 관세를 함께 다루면 미국 협상력이 더해져 가뜩이나 쉽지 않은 협상이 한층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미국은 1월과 2월 두 차례 한미FTA 개정협상을 벌였다. 조만간 3차 협상이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월 국회에 출석해 3차 협상을 3월 초에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3차 협상은 당초 예상했던 일정보다 늦게 열리게 됐다. 철강 관세부과 등 통상환경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철강 관세 문제를 안보와 결합해 푸는 방안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수입 규제 조치는 “미국의 안보 협력국이 미국 무역대표부와 협의를 거쳐 철강 글로벌 공급과잉 문제 등 미국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경우 관세를 경감하거나 면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설득 여하에 따라 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핵심 우방국인 우리나라의 철강 관세도 면제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마침 북한과 대화 국면에서 한미 공조가 매우 중요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어 철강 관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과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에게 관세부과 조치에서 한국산 철강의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챙겨보겠다”며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한국은 관세 면제 국가 선정에서 골치 아픈 사례“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