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산업은행은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한국GM을 실사하는 데 GM 본사와 합의했고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실사를 시작할 뜻을 보였지만 실무협상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한국GM 양쪽이 실사에 관련해 내놓은 의견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여러 사안을 놓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국GM은 실사를 빠르게 진행해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여러 사안을 꼼꼼하게 봤으면 좋겠다는 태도를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이번 실사에서 한국GM의 재무상황 외에 원가의 이전가격, 본사의 고금리 대출정책, 높은 기술사용료와 인건비 등 문제로 꼽혀왔던 사안들도 살펴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사안들까지 검증하려면 삼일회계법인에서 살펴봐야 할 자료의 양도 늘어나는 만큼 한국GM의 실사를 마치는 데 3~4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GM은 GM 본사의 경영상황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실사를 진행하고 전체 기간도 1~2개월만 들이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실사 합의서에 한국GM과 GM 본사로부터 원하는 자료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을 넣기를 바라지만 한국GM은 자료 제출을 거부할 권리를 인정받으려 한다고 전해졌다.
산업은행이 정부의 방침대로 실사를 먼저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한국GM의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반면 GM은 실사와 자금 지원의 병행을 바라는 눈치도 엿보인다.
GM이 한국GM 임직원의 희망퇴직 비용 가운데 17%인 850억 원을 산업은행에서 분담할 것을 요청했다는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한국GM 지분 17%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실사가 늦어질수록 한국GM의 자금 부족현상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은 3월 말까지 본사에서 빌린 7천억 원을 갚아야 한다. 4월 만기인 차입금과 성과급, 퇴직금 등까지 합치면 2조3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해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조만간 한국을 찾아 실사의 세부사항을 산업은행 관계자들과 직접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엥글 사장은 2017년 말과 2월에 한국을 각각 찾았고 이때 산업은행이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GM을 지원하는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거시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GM 본사가 실사 지연에 따른 자금 부족을 이유로 한국GM에 빌려줬던 차입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정부를 압박하거나 한국 시장 철수를 전격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2대 주주인데도 관련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계속 받고 있는데 한국GM 문제가 꼬인다면 책임 논란도 더욱 커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의 실사 지연은 자금 지원을 받아야 하는 GM 측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GM 본사가 현재 상황을 한국사업 철수의 기회로 삼을 가능성도 무시하면 안 된다”며 “산업은행도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