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20일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스위스중앙은행 본점에서 토마스 조던 스위스중앙은행 총재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은행>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이 줄어드는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은 이 총재가 20일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스위스중앙은행 본점에서 토마스 조던 총재와 만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고 21일 밝혔다.
통화스와프는 외환보유액이 부족할 때 외화를 확보하기 위해 협정을 맺은 두 국가가 정해진 한도에서 통화를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계약규모는 약 106억 달러이며 계약기간은 3년이다.
이 총재는 “통화스와프는 상대방 경제를 신뢰해야 가능하다”며 “이번 계약이 체결된 것은 한국경제가 건실하고 외환과 금융시장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두 총재는 오찬과 별도 회담을 함께 하며 세계경제와 국제금융 현안을 놓고 의견도 나눴다.
이 총재는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강화되고 있어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수출이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인 만큼 만약 수출이 꺾이면 우리나라 경제도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금융권에서는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총재는 “미국 연준이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세 번 이상 올리거나 혹은 인상속도를 빠르게 한다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도)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다”며 “이에 대응할 자세는 항상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과 미국 사이의 금리 수준이 역전된다고 무조건 국내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며 우리나라 경기와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해야 할 것으로 봤다.
그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증가율보다 높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기본방침”이라며 “계속해서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뜻을 보였다. 한국과 일본은 2001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처음 맺었으며 2015년에 계약이 종료됐지만 역사 문제에 따른 갈등으로 현재 연장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 총재는 “일본과 통화스와프 논의는 중단됐지만 한국은행과 일본중앙은행의 협력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은 여건이 좋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시 통화스와프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임 여부를 놓고는 말을 아꼈다. 이 총재의 임기는 3월 말에 끝난다.
그는 “지금은 임기를 잘 마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임기 안에 끝낼 사항은 확실히 마무리짓고 후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용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