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와 에어비앤비, 공유경제 시대를 열까  
▲ 제레미 리프킨 와튼스쿨 교수는 앞으로 공유경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앞으로 모든 것을 공유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산업의 패러다임도 이에 맞게 변화할 것이다.”

지난 10월 한국을 다녀간 세계적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교수의 예언이다.

리프킨 교수가 말한 공유경제는 우리에게 매우 가깝게 다가와 있다. 이미 집, 자동차, 옷, 장난감, 명품가방, 장신구 등 생활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비용이 오고가지 않을 뿐 인터넷으로 블로그를 검색해 맛집을 찾아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공유경제다. 이전에 접근이 어려웠던 방대한 경험과 지식에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성장기로 접어들고 있는 공유경제는 여러 문제점도 안고 있다. 공유경제 때문에 기존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집집마다 한 대씩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를 열 가구가 공유해 사용한다면 아홉 대의 자동차가 덜 팔리게 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이보다 더 크고 직접적 문제가 부각된다. 여러 나라 정부는 공유경제와 관련 법과 규정을 아직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국경을 넘어 중개자 역할을 하는 다국적기업들이 공유경제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국가가 공유경제 확산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공유경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공유경제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서로 빌려 쓰고 나눠 쓰는 방식의 경제활동을 가리킨다. 단순히 물건을 대여해 쓰는 대여산업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공유경제는 그보다 더 큰 개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존의 대여산업과 공유경제의 다른 점으로 온라인을 통해 거래 비용을 절감하고 거래하는 주체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들었다.

공유경제의 개념은 30년 전인 1984년 마틴 와이츠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에 의해 경제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처음 제시됐다.

로렌스 레시그 하버드대 교수가 2008년 ‘리믹스’라는 저서에서 공유경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그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공유경제 모델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타임은 2011년 세상을 바꾸는 10대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로 공유를 선정했다.

올해 세계 공유경제 규모는 260억 달러로 추산된다. 공유경제는 매년 8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공유경제는 단순히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고 소비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나가고 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공유경제 시대를 열까  
▲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창업자

◆ 공유경제의 대표 사례, 자동차와 집


차량 중개 서비스 우버는 공유경제의 대표적 사례다.

최근 우버가 화제로 떠오르면서 우버를 이용해 보지 않았을지라도 우버에 대해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다. 우버는 개인 차량 소유자와 탑승자를 스마트폰을 이용해 신속하게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우버는 2009년 설립돼 지난해 초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올해 12억 달러를 투자받으면서 기업가치가 182억 달러로 상승한 데 이어 얼마 전 400억 달러로 뛰어 올랐다. 비상장사 가운데 가장 높은 기업가치다. 공유경제의 성장 속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우버는 고객간거래(C2C)방식으로 사업한다. 그런데 기업과 고객의 거래(B2C) 방식의 카셰어링 서비스도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카셰어링 서비스는 집카다. 집카는 1999년 창립해 현재 1만 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원 수 86만 명을 자랑한다. 집카는 지난해 에이비스에 5억 달러에 인수됐다.

카셰어링시장이 커지자 자동차 제조사들도 카셰어링사업에서 발을 넓히고 있다. BMW는 드라이브나우라는 이름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지난달 런던에서 선보였다. 드라이브나우는 독일, 미국 등 7곳에서 2400대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폴크스바겐도 독일 62개 지역에서 퀵카라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하고 있다. 프랑스에 푸조시트로앵그룹의 뮤바이푸조가 있다.

숙박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도 있다.

집에 남는 방이 있거나 집 전체가 비는 기간이 있는 경우 필요한 사람에게 단기간 빌려주도록 중개해 주는 서비스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 시작해 현재 190국 3만4천 도시에서 숙소를 제공한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누적 여행객은 2천만 명에 이른다.

에어비앤비는 올해 초 4억5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세계적 호텔체인 하얏트와 인터콘티넨탈을 추월했다.

우버는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에어비앤비는 건물을 소유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들의 기업가치가 기존기업을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받는 것은 공유경제가 창출하는 가치가 얼마나 높이 평가받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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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월30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글로벌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의 조 게비아 공동설립자와 회동하고 있다.

◆ 공유경제, 기존 경제제도와 충돌


자동차가 공유경제의 대표명사가 된 것은 가격은 비싼데 이용을 많이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리 폴린 에이비에이트글로벌 파트너는 카셰어링시장의 성장을 예측하며 “자동차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하루 평균 이용률은 4%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0년까지 카셰어링시장이 5% 성장하면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연구에 따르면 1대의 자동차를 공유하는 것은 13대의 자동차를 대체하는 효과를 낳는다.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사람의 20%는 자동차를 구매할 뜻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공유경제는 기존 산업, 특히 제조업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공유경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소비해 과잉소비 가능성을 해소하는 장점이 있다.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경제적 화두로 떠오르는 시대에 공유경제가 점점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비스가 집카를 인수하고 자동차회사가 카셰어링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로 꼽히는 것은 공유경제의 성장을 흡수하지 못한 기존 제도와 충돌이다.

공급자와 수요자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의 공유경제는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개인간거래에서 일어나는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기 어려운 것이 대표적 문제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뉴욕 숙박지 가운데 72%는 불법영업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임대사업자가 세금을 내지 않고 숙박지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세금 회피의 수단으로 에어비앤비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다국적 경제공유 기업들은 국경을 초월하고 있어 각국 정부가 이들이 중개하는 개인들을 일일이 추적해 세금을 부과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문제가 아직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공유경제 모델이 대부분 작은 규모로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유경제 서비스의 80% 이상은 자본금 1억 원 이하, 직원 5명 안팎의 소규모 스타트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버나 에어비앤비 정도로 몸집이 커지면 불법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우버택시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은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공유경제 불법논란의 한 사례에 불과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공유경제가 제도권 안에 정착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넓다. 새로운 경제 모델이 나타나서 겪는 과도기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성낙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의 경험이 축적되고 관련 제도가 보완되면 궁극적으로 공유경제가 더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