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인공지능(AI) 플랫폼 ‘기가지니’를 내비게이션에도 적용하면서 인공지능 생태계 확대에 나섰다.
SK텔레콤도 인공지능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KT와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생태계 확보를 위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왼쪽),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와 SK텔레콤의 인공지능 경쟁이 스피커에서 내비게이션으로 옮겨 붙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KT는 올해 3월까지 인공지능 플랫폼을 내비게이션 ‘원내비’에 탑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셋톱박스 형태의 스피커에만 적용했던 인공지능 플랫폼을 내비게이션에도 적용해 인공지능사업을 확대하는 셈이다.
KT는 지난해 1월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해 현재 판매량 50만 대를 넘어섰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공지능 스피커 가입자를 확보한 것이다. KT보다 앞서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출시한 SK텔레콤은 지금까지 40만 대 정도를 팔았다.
하지만 인공지능 플랫폼의 월간 이용자 수(MAU)를 비교해보면 KT는 SK텔레콤에 미치지 못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내비게이션 ‘T맵’에 인공지능 플랫폼을 적용해 인공지능 생태계를 확장했다. T맵은 국내에서 1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어 많은 인공지능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 인공지능 플랫폼의 월간 실이용자 수(MAU)는 지난해 말 기준 210만 명 수준”이라며 “올해 말에는 500만 명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뒤늦게 내비게이션에 인공지능 플랫폼을 탑재하기로 결정한 것도 인공지능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KT의 내비게이션 원내비는 가입자가 300만 명 정도다. 가입자 수가 SK텔레콤의 T맵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인공지능 플랫폼을 적용함으로써 인공지능 서비스 사용자를 대폭 늘릴 수 있다.
인공지능 서비스는 ‘딥러닝 기술’을 통해 스스로 발전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늘어나 음성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비게이션은 인공지능 서비스의 고객 접점을 늘리는 데 유용한 기계”라며 “KT와 SK텔레콤은 앞으로 내비게이션에서 인공지능 기능을 활용하는 실사용자 비중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KT와 SK텔레콤은 인공지능 콘텐츠 확보를 놓고도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최근 올해 안에 새 음악 플랫폼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자체 음악 서비스를 인공지능 스피커와 내비게이션에 탑재해 콘텐츠를 경쟁력을 높이고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KT는 지난해 말 기가지니가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우리은행의 계좌조회와 케이뱅크의 잔액조회 및 송금서비스를 추가했다. 또 롯데닷컴과 제휴해 쇼핑서비스를 도입하며 사용자에게 유용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 서비스의 실사용자를 늘리려면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KT나 SK텔레콤은 올해 인공지능 서비스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할 만한 콘텐츠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