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민호 커리어케어 경영기획실 부실장.
그런데 이렇게 채용이 늘어남에 따라 기업에서 ‘후회하는 채용’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잘할 거라 생각해 채용했는데 기대와 달리 실망을 안겨주는 일이 많다.
물론 개인이 어쩌지 못하는 조직과 시스템의 문제도 크다. 그러나 채용 과정에서 일으키는 판단착오도 무시할 수 없다.
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후회하는 채용의 유형들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첫째, 주장만 있고 근거가 빈약한 후보자.
지금은 자기PR 시대다. 장점과 개성, 능력을 자신있게 얘기하고 보여주라고 모두 강조한다. '튀어야 산다'는 생각이 사회에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겸손하게 낮추는 것만을 미덕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주장이 아니라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데이터다.
최근 링크드인에서 발표한 '2018년 글로벌 채용 트렌드'에 따르면 채용에 큰 변화를 줄 네 가지 요소로 다양성(Diversity), 새로운 면접도구(New interviewing tools), 데이터(Data),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꼽혔다.
4차산업혁명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이, 광범위한 데이터가 모이는 지금 누가 데이터를 잘 활용하느냐가 일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 사람의 주장만 믿고 감과 느낌에 의지해서는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또 후보자가 실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데이터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이를 적절히 제시하지 못한다면 평소 데이터를 다루는데 서툴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인상 좋고 말 잘하고 여러 능력을 갖춘 후보자라도 데이터를 잘 다루지 못한다면 목소리만 우렁찬 사람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개인 능력이 뛰어나도 사람과 관계나 커뮤니케이션에 취약한 후보자.
정보통신기술(IT)의 발달 덕분에 혼자서도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예전에는 일일이 물어봐야 했던 업무도 온라인으로 그 즉시 해결한다. 광고에서는 사람 대신 기계와 대화하는 일상을 비춘다.
그런데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회사에서는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과 팀웍이 더 중요해졌다.
정보가 넘쳐나고 거리가 줄어들다 보니 뻔한 방식과 지식으로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가 어렵게 됐다. 혼자만의 능력으로 그 ‘뻔함’을 돌파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거대한 세상이다.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뻔하지 않은 ‘의외성’과 ‘기발함’인데 이는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 극대화된다. 인공지능이 점점 따라잡고 있다고 해도 의외성과 기발함은 인간의 장기다.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IT분야에서도 천재 개발자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만들어내지 않는다. 보통 최고의 완성품을 들춰보면 여러 전문가들의 협업과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회사의 조직문화나 경영철학과 맞지 않는 후보자.
당장 일손이 모자라서 또는 단기적 성과를 쫓아 후보자의 경험과 능력만 볼 때가 많다. 이렇게 후보자의 스펙 위주로 급하게 채용하다 보면 자칫 눈에 보이지 않는 후보자의 가치관이나 신념, 성향을 간과하게 된다.
그런데 후보자의 가치관과 신념이 회사의 조직문화나 철학과 크게 어긋날 경우 성과는 갈수록 떨어진다. 조직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사람을 뽑은 게 아니라면 심한 내적 갈등이 업무 몰입을 방해한다.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의 윤문재 전무는 “‘후회하는 채용’의 주된 이유는 후보자의 조직 적합성”이라며 “채용 담당자는 가능한 한 조직문화와 팀 분위기를 후보자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고 후보자도 이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 멀리 내다볼 여유가 없는 것은 이해한다 해도 서로 후회만 곱씹게 되는 일은 애초부터 피하는 게 좋다.
모든 채용 담당자가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긍정적 영향을 주는 좋은 인재를 뽑고 싶어 한다. 채용은 기업에게 투자이면서 비용이다.
채용이 궁극적으로 매몰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인정받으려면 ‘후회하는 채용’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채용할 때 한 번쯤 세 가지 유형의 후보자인지 점검해보자. 이 세 유형만 피해도 채용 성공률이 훨씬 높아진다. [정민호 커리어케어 경영기획실 부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