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인수전이 4파전으로 좁혀졌다. 법정관리 중인 쌍용건설은 이달 중순 본입찰이 시작된다. 예비입찰 후보 가운데 외국계 펀드 2곳도 포함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 매각주간사인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예비입찰을 실시한 결과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후보 7곳 가운데 2개의 외국계 펀드와 2개의 국내기업 등 4곳을 인수적격후보로 선정했다.

  쌍용건설 인수전, 4파전으로 압축  
▲ 우오현 SM그룹 회장
외국계 펀드로는 중동 두바이 국부펀드와 싱가포르 사모펀드(PEF)가 참여했다. 국내 기업 중 삼라마이다스(SM)그룹과 스틸앤리소시즈가 인수전에 나섰다.

두바이 국부펀드는 아부다비 국부펀드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의 2대 펀드다. 자금동원력이 막강하고 이 펀드가 투자하는 자체 발주공사 물량도 많은 것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싱가포르펀드는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서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등 고급건물들을 잇달아 수주한 점 등을 이유로 인수에 뛰어들었다. 이 펀드에 인도의 자금도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으로 삼라마이다스그룹이 쌍용건설 인수의지를 적극 내비치고 있다. 우오현 삼라마이다스그룹 회장은 양계업으로 시작해 인수합병을 통해 자산총액 4조 원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삼라마이다스룹은 1988년 삼라건설을 세웠고 2004년부터 부실기업을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SM남선알미늄, 우방건설, 경남모직, 벡셀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우오현 회장은 지난해 법정관리를 받고 있던 대한해운을 인수해 법정관리를 졸업시키는 데 성공했고 올해 옛 동양그룹의 화장품회사인 동양생명과학도 인수했다.

삼라마이다스그룹은 쌍용건설을 인수해 국내에서 소규모에 머물던 건설사업을 해외 대형공사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건설사로 발돋움하려고 한다. 삼라마이다스그룹은 이전에도 극동건설과 신창건설, 학산건설, 우방 등 국내 중견 건설사 인수를 시도한 적이 있다.

스틸앤리소시즈는 철 스크랩 가공 및 유통 전문 회사다. 스틸앤리소시즈는 쌍용건설 인수를 위해 최근 미국계 펀드로부터 4천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쌍용건설 매각주간사인 우리투자증권과 예일회계법인은 인수적격후보로 선정된 4개사에 대해 쌍용건설의 협조 아래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중순 실사가 끝나면 본입찰을 진행해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일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본계약 체결은 내년 2월경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4곳 가운데 일부는 실사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자금마련에 실패할 경우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쌍용건설의 인수예상 가격을 3천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쌍용건설은 법정관리가 시작된 뒤에도 해외공사를 계속하고 있고 신규수주도 따내는 등 실적이 양호한 편이어서 매각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쌍용건설은 시공능력 평가순위 19위에 올라 있는 중견건설회사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국내 주택사업 등이 부실해져 지난 1월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쌍용건설 인수전, 4파전으로 압축  
▲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쌍용건설 본입찰이 임박하면서 김석준 회장의 향후 거취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회장은 1983년부터 30년 가량 쌍용건설을 이끌어왔다.

쌍용건설이 해외 8개국에서 따낸 3조 원대 규모의 공사수주도 김 회장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우리은행도 이런 점을 감안해 법정관리 개시 뒤 김 회장에게 경영을 맡겨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쌍용건설이 외국계 펀드에 매각될 경우 김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김 회장은 중동이나 싱가포르 지역에서 인맥이 넓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기업에 매각되면 김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쌍용건설은 2007년 이래 7차례나 매각이 추진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