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과 또 손잡고 화학사업을 강화할지 주목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업황에 휘둘리지 않도록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합작회사를 세워 비정유부문을 강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현대오일뱅크 손잡고 합작회사 더 설립할 수도

▲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21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과 화학 관련 합작회사 한 곳을 더 세울 수도 있다.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은 17일 열린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현대오일뱅크와 나프타분해시설 합작회사 설립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현대오일뱅크가 선택권을 쥐고 있어 롯데케미칼이 가장 유력한 합작사업 후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현대오일뱅크와 합작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신뢰를 쌓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현재 60대40 비율로 1조2천억여 원을 투자해 현대케미칼을 세우고 2016년 말부터 가동하고 있다. 국내에서 정유회사와 석유화학회사가 손잡고 공장을 세운 사례는 현대케미칼이 처음이다.

현대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의 대산공장에 들어서 있는데 한 해에 혼합자일렌(MX) 120만t, 경질나프타 100만t, 하루에 항공유와 휘발유 등 석유제품 5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다.

현대케미칼은 2017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영업이익 1968억 원을 내며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실적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과 나프타 분해설비를 세울 수 있다는 말은 향후 몇 년 동안 석유화학업황이 좋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에틸렌 부족현상이 이어지고 있고 폐플라스틱 수입금지 정책까지 펴면서 에틸렌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에서 에탄 분해시설 증설에 따른 에틸렌 생산량이 늘어도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국 정부가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폐플라스틱 수입을 줄이고 화학공장의 가동을 규제하고 있어 에틸렌 공급 부족현상이 향후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말이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두 회사는 현재 합작해서 나프타 분해시설을 세우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을 뿐 공식적으로 의견을 나누지 않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케미칼 외에도 현대OCI, 현대쉘베이스, 현대코스모 등 합작회사를 세우면서 비정유부문을 강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현대코스모는 현대오일뱅크가 일본 코스모오일과 합작해 세운 화학회사, 현대쉘베이스오일은 글로벌 석유회사 쉘과 합작해 세운 윤활기유회사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현대오일뱅크가 종속회사와 합작회사를 통해 투자한 석유화학, 윤활기유사업들이 잇따라 상업가동을 시작하면서 비정유부문 사업기반도 강화하고 있다”며 “비정유부문 계열사끼리 수직계열화한 생산체계를 바탕으로 생산효율성과 사업 다각화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