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과 하부영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이 올해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윤 사장은 ‘안티 현대차’ 정서를, 하 노조위원장은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의식해 전격적으로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왼쪽)과 하부영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가 22일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놓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지만 잠정합의안이 가결될지는 미지수다.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1차’ 잠정합의안이 통과한 적이 드문 데다 하부영 노조위원장도 인정했듯이 임금인상폭과 성과급이 조합원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더라도 연말까지 1주일의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연내 타결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19일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차기 본교섭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진행 중이던 실무교섭에서 입장차이를 급속도로 좁히면서 19일 오후 3시에 본교섭을 열고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사 모두 연내 타결을 위해 한발씩 양보하면서 교섭이 급물살을 탔다.
회사 입장에서 신차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 노조의 경우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 이연으로 조합원의 소득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노사 모두 연내 타결이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1차 잠정합의안을 보면 회사는 임금인상폭과 성과급을 최소화하면서 실리를 찾았고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를 관철시키면서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
노사는 △기본급 5만8천 원 인상 △성과급 300%+300만 원 지급 △중소기업 제품 구입 시 20만 포인트 지원 등에 잠정합의했다.
노조는 애초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던 데서 크게 물러선 것이다. 1차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회사는 사실상 4년 연속으로 임금인상폭과 성과급을 줄이게 된다.
노사는 2021년까지 사내하도급 노동자 3500명을 특별고용하고 2019년까지 사내하도급과 직영 촉탁계약직 노동자 규모를 현재의 50% 수준까지 낮추는 데도 잠정합의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촉탁계약직의 정규직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부분파업했고 촉탁계약직과 일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 투입을 막으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강력히 보였다.
회사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노조도 부분파업을 통한 '전리품'을 얻게 된 셈이다.
노사 모두 이번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이면서 회사는 ‘안티 현대차’ 정서를 누그러뜨리고 노조는 ‘귀족노조’ 꼬리표를 떼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회사는 품질문제와 내수차별 논란 등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을 키웠는데 노조는 숙련도가 떨어지는 비정규직 노동자 투입으로 품질문제가 발생하고 이것이 안티 현대차 정서를 키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조는 평균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임금을 올리기 위해 매년 파업을 벌이고 회사는 물론 국가 경제에 타격을 주면서 귀족노조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1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뒤 회사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와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 노조위원장도 “올해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잠정합의하기까지 대기업 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연대를 위해 고민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