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광군제를 맞아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갈라쇼에 참석했다. |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주목받았던 ‘코리아세일페스타’가 3주년을 맞았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광군제’가 하루 만에 거래액 50조 원을 돌파하며 현대자동차의 상반기 매출 48조 원보다 많은 거래액을 낸 점과 대비된다.
광군제가 하루 만에 끝나는 ‘짧고 굵은’ 행사를 지향하면서 참여기업과 소비자들의 집중을 불러오는 반면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정부 주도로 한 달 넘게 느슨하게 치러지면서 큰 화제를 모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에 이은 중국의 2대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이 11일 광군제 할인행사를 통해 21조 원의 거래액을 올렸다. 같은 날 알리바바의 거래액 28조 원과 합쳐 광군제 하루 중국에서 모두 50조 원가량의 소비가 이뤄졌다.
광군제는 2009년 독신들의 자축행사로 시작된 행사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4개 쇼핑몰(알리익스프레스·타오바오·티몰·알리바바닷컴)과 라이벌인 징둥이 행사의 주축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소비자들도 며칠 전부터 직구를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거대한 할인행사로 거듭났다.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가장 큰 차이는 광군제가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할인품목도 다양하고 할인율도 높다. 품목별로 다르지만 평균 50%에서 최대 70~80% 싸게 판다. 연초부터 10개월 넘게 행사를 준비하는 데다 여러 기업이 경쟁적으로 행사에 참여하면서 전체 할인율도 낮아졌다.
광군제는 그동안 모바일쇼핑에 익숙한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모바일쇼핑에 중점을 뒀다. 2013년 21%였던 모바일쇼핑 비중은 지난해 80%를 넘었다.
그러나 올해 알리바바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접목을 시도했다. 이번 광군제 때 중국 전역에 10만여 개의 스마트스토어를 선보였다.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살펴본 뒤 바로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거나 온라인에서 주문한 물건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11일 중국 CCTV 경제채널과 인터뷰에서 “전자상거래는 ‘공군’과 비슷해 ‘지상’과 결합이 필요하다”며 “오프라인 매장이 발전하지 못하면 모두 실패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술도 광군제 흥행에 한몫했다. 광군제 기간에 알리익스프레스와 타오바오 등 광군제에 참여하는 쇼핑몰의 트래픽은 연중 최고수준으로 치솟는다.
그러나 쇼핑을 하는 대부분 소비자들은 서버에 따른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한 번에 수천만 명에 이르는 접속자 수를 감당할 만큼 철저하게 서버를 관리한다는 의미다.
반면 올해 3년차를 맞은 코리아세일페스타의 성적은 다소 초라하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9월28일부터 10월31일까지 한달 넘게 진행됐는데 올해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가한 기업들의 매출합계는 11조 원에 이르렀다. 지난해보다 5.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한다. 2015년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시작해 지난해 코리아세일페스타로 이름을 바꿨다. 내수 촉진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입됐다. 첫 해 참여한 기업은 92개에 그쳤으나 2016년 341개, 올해 446개로 외형이 급속도로 커졌다.
올해 매출 증가률이 5%대에 그친 이유로 추석이 포함된 황금연휴,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 감소, 내국인 출국자 수 증가 등이 지목됐다.
그러나 행사 자체가 소비자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할인품목이 적고 할인율 역시 낮다는 것이다.
산업통산자원부가 코리아세일페스타를 감시하고 평가하기 위해 구성한 ‘소비자감시단’에 따르면 행사만족도와 실제할인율이 지난해보다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평가됐다.
품목별 기대할인율과 실제할인율을 보면 의류·잡화, 가전, 생활용품, 식품, 화장품의 기대할인율은 각각 43%, 39%, 38%, 43%, 41%였지만 실제할인율은 각각 33%, 21%, 33%, 25%, 30%에 그쳤다.
정부 주도의 행사에 기업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석하다보니 할인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유통기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할인행사가 많은 탓에 정부 주도 행사에는 소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와 달리 정부가 한류와 관광 등을 접목시키면서 쇼핑 자체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는 점 역시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행사기간이 한달이 넘어 지나치게 길고 정부가 참여를 압박하면서 참여기업들의 불만이 높다”며 “참여할 여력이 되지 않는 곳에서 억지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이 반발감에 할인율을 낮추는 일도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