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미래에셋대우 회장의 꿈은 미래에셋대우를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꿈을 이루기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업무 인가를 받지 못한 채 반쪽짜리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출범하게 됐기 때문이다.
 
박현주,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미래에셋대우 키우기 쉽지 않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미래에셋대우 회장.


금융위원회는 8일 정례회의를 열어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신청한 대형 증권사 5곳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에게만 단기금융업(발행어음업무) 인가를 내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의 경우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만 됐을 뿐 단기금융업 인가심사는 뒤로 미뤄졌다.

금융감독원은 자기자본 요건뿐 아니라 대주주 적격성과 건전성 등에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내걸고 관련 요소를 더 살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카카오뱅크 예비인가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을 한차례 통과했던 만큼 별다른 잡음없이 인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금융업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핵심사업으로 꼽힌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를 일본 노무라증권을 넘어 아시아 1등 증권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단기금융업을 바탕으로 조달하는 자금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제동이 걸렸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7조8천억 원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크지만 일본 노무라증권의 자기자본은 28조 원, 미국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은 100조 원에 이르는 등 글로벌 증권사와는 격차가 크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가뜩이나 ‘체급’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자기자본을 활용하는 방안까지 제한돼 글로벌 증권사와 격차를 좁히는 데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덩치를 불렸지만 효율적 자본활용이 어려워지면서 수익성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점도 부담이다.

미래에셋대우가 올해 안에 단기금융업 인가심사조차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감원은 미래에셋대우가 유로에셋투자자문사의 옵션 상품을 고객에게 불완전판매한 혐의와 관련된 제재결과가 나온 뒤에 인가심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금감원 임원인사가 늦어지면서 미래에셋대우의 불완전판매와 관련된 제재심의위원회도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는 수석부원장이 주재하는 데 서태종 수석부원장을 포함한 금감원 임원들이 9월11일 사표를 낸 뒤 제재심의위원회도 덩달아 9월 중순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10월에 미래에셋대우 제재안건을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었지만 감사원의 감사와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금감원의 내부비리와 부실한 감독기능 등에 뭇매를 맞으면서 뒤로 밀리기도 했다.

금감원은 11월9일 석달 만에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도 수석부원장이 없는 만큼 주요사안인 미래에셋의 불완전판매와 관련된 안건을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의 인사와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 및 금융위의 정례회의, 인가심사 등의 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K뱅크 인가와 관련해 특혜의혹이 나왔던 만큼 단기금융업 인가를 놓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