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조선사들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 조선사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8월 내놓은 기술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고부가가치 선박기술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보다 3.4년 뒤쳐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에서 고부가가치 선박기술을 평가하기 시작한 2012년만 해도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중국보다 6.8년 앞선 것으로 평가됐는데 격차가 절반으로 좁혀졌다.
한국 조선업체 연구개발비는 매년 줄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연구개발비가 2015년 1100억 원에서 지난해 920억 원으로 감소했으며 올해 상반기는 360억 원에 그쳤다.
특히 중국정부가 조선사들을 파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
중국정부는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는 해운업체들에게 선박가격의 20%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중국의 국책 금융기관도 중국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하는 외국 해운사들에게 선박 건조대금의 전액을 1% 이하의 금리로 빌려준다.
중국은 2020년까지 전 세계 해양플랜트시장에서 점유율 3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최근 한국 조선사들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전에서 중국에 패배한 것도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현대중공업은 8월 프랑스 해운사 CMACGM이 발주한 2만2천TEU급 컨테이너선 9척을 모두 상하이 와이가오차오조선과 후동중화조선 등 중국 조선사에 뺏겼다. 기술력이 뒤진다고 여겼던 중국에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내준 셈이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중연료추진엔진을 옵션으로 한 세계 최대 규모의 대형 컨테이너선을 중국이 수주했다는 점은 중국 조선사의 기술력이 높다는 점을 반증한다”고 평가했다.
물론 중국이 국내 조선사들의 기술력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보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최근의 수주전 승리는 중국정부의 금융지원 등 기술 외적인 부분이 작용한 것이고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해양플랜트 등의 기술력은 여전히 우리나라가 한참 앞서 있다는 것이다.
중국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CMACGM 수주전에서 중국 조선사가 액화천연가스 연료 추진 선박으로 전환할 수 있는 형태의 선박(LNG레디)의 경우 척당 1억4천만 달러에, 이중연료추진엔진이 장착되는 선박의 경우 1억6천만 달러에 수주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발주처에 전한 것으로 파악했다.
현대중공업이 제시한 1억5천만 달러, 1억7500만 달러보다 가격경쟁력에서 앞선다.
한국 조선사들은 중국 조선사들이 아직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설비(LNG-FSRU)시장 선점을 서두르고 있다,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설비는 육상시설이 필요없는 데다 터미널을 짓는 것보다 건조기간이 짧고 초기 투자비용도 적다는 점에서 중남미 개발도상국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2척, 삼성중공업이 1척을 수주했으며 2020년까지 모두 50척 이상 발주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중국 조선사들의 성장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라며 “한국 조선사들이 뒤쳐지지 않으려면 경각심을 품고 연구개발에 더 몰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