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2분기와 3분기 사상 최대의 적자를 딛고 4분기에서 흑자로 바꿔놓을 수 있을까?

현대중공업은 3분기 1억1천억 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낸 뒤 부실을 모두 털어낸 만큼 4분기 흑자전환을 자신했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현대중공업 '권오갑 방식 경영' 시험대 올라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현대중공업이 3분기에 공사손실충당금을 제외하더라도 영업흑자를 내지 못한 만큼 4분기도 흑자 반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조선업계 최초로 컨퍼런스 콜을 열어 부실의 원인을 직접 밝힌 만큼 4분기 흑자전환에 기대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31일 울산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아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을 사내이사로 뽑았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주총에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현대중공업의 각자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증권업계는 이날 현대중공업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렸다. 현대중공업이 4분기 이후 적자 규모는 크게 줄겠지만 업황이 계속 부진한 데다 실적이 더디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이 4분기에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현대중공업의 목표주가를 기존 13만 원에서 11만5천 원으로 낮췄고 신한금융투자과 우리투자증권은 각각 12만 원, 9만 원으로 낮췄다. 대신증권은 18만5천 원, 하이투자증권은 16만 원으로 낮췄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4분기 흑자전환을 자신했다. 현대중공업은 4분기에 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손실충당금을 다 해소한 만큼 적자행진을 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증권가는 현대중공업이 3분기에 조선과 플랜트 분야에서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한 점을 감안해도 영업손실을 낸 점을 주목한다. 현대중공업이 조선과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적자원인이 완벽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조선부문과 플랜트부문의 공사손실충당금이 반영된 점을 감안해도 8488억 원의 영업적자는 가히 충격적"이라며 "이는 그룹의 복합적 경영악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4분기 매출 14조8510억 원, 영업흑자 500억 원이라는 회사의 전망치 달성은 어렵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보통 조선과 해양플랜트 분야의 실적은 수주 뒤 2년이 지나야 반영되는데 현대중공업의 경우 2년 전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4분기에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이 발생한 프로젝트에서 판매관리비, 사업구조 개편 관련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 급격하게 이익을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수주잔고에 포함한 선박의 목표수익성을 계산하기 어려워진 데다 새로 들어온 경영진들의 수주정책이 확인되지 않는 점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일부 증권가는 현대중공업이 적극적으로 부실을 다 털고 부실의 원인을 직접 밝힌 점을 들어 4분기 실적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현대중공업은 이번에 '저가수주'를 시인했고 고난도 특수선에 대한 건조경험 부족도 인정했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보여왔던 세계 1위 조선회사라는 자부심을 버린 셈이다.

이는 권 사장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주문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양사업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비용 가능성이 줄었고 이번 영업손실에 육상플랜트 예정원가율을 117~120%로 산정해 예측가능한 비용을 모두 반영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