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7-09-17 09: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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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친구들’이 불러온 캐릭터카드 열풍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인기있는 캐릭터들을 앞세워 체크카드 발급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친숙한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 ‘라이언 전무’,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열풍을 부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출범 1개월여 만에 체크카드 발급 219만 건을 넘어선 가장 큰 동력으로 ‘카카오프렌즈’가 꼽힌다.
카카오뱅크는 ‘라이언’, ‘어피치’, ‘콘’, ‘무지’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넣은 체크카드를 주요한 오프라인 홍보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이용한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4종.
카카오프렌즈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등에 쓰이는 캐릭터들을 뜻한다. 관련 상품만 파는 전용매장이 생기고 매출 선두인 라이언은 카카오 안에서 ‘라이언 전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는 지금도 발급을 신청하면 1개월 가까이 기다려야 실물카드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SNS 인스타그램 이용자 사이에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를 받으면 ‘인증샷’ 사진을 올리는 유행이 돌고 있는데 이때 쓰는 ‘#카카오뱅크체크카드’ 해시태그도 13일 기준 7300개를 넘어섰다. 1개월 만에 사진이 6천 개 이상 늘어났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를 주로 이용하는 20~30대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상품의 주요 소비자층인 점에 주목했다”며 “앞으로 신용카드사업 등을 시작할 때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뱅크도 8월에 네이버의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이용한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카드마케팅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카카오프렌즈 못잖은 인지도의 라인프렌즈로 극복하려고 하는 것이다.
라인프렌즈는 네이버의 모바일메신저 ‘라인’ 등에 쓰이는 캐릭터들을 뜻한다. ‘브라운’, ‘샐리’, ‘코니’, ‘초코’ 등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K뱅크 관계자는 “K뱅크가 출범하기 전부터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이용한 상품을 구상해 왔다”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시중은행은 캐릭터마케팅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시중은행들도 캐릭터 마케팅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8월 말에 월트디즈니의 유명 캐릭터 ‘미키마우스’, ‘미니마우스’, ‘곰돌이 푸’를 담은 체크카드와 통장을 내놓았다. 4월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와 제휴해 향후 5년 동안 디즈니와 마블엔터테인먼트의 캐릭터들을 마케팅에 이용할 수 있는 강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4월에 마블엔터테인먼트의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 캐릭터를 입힌 체크카드와 통장을 내놓아 캐릭터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전체 체크카드 발급건수가 8월 기준으로 마블 캐릭터에 관련된 상품을 내놓기 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 SC제일은행이 4월에 출시한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 체크카드.
KEB하나은행도 포켓몬코리아와 손잡고 3월에 ‘포켓몬’ 캐릭터를 활용한 체크카드와 통장을 내놓았는데 8월까지 8만 좌 이상 발급됐다. 이에 힘입어 최근 핀란드의 ‘국민 캐릭터’로 불리는 ‘무민’ 관련 금융상품도 내놓았다.
KB국민은행도 디자인그룹 스티키몬스터랩과 제휴해 ‘레드몬’과 ‘빅몬’ 등 캐릭터를 그려넣은 체크카드 상품을 7월에 내놓았는데 젊은층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향후 은행의 주거래층으로 성장할 20~30대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캐릭터마케팅이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며 “유명인 광고 등 다른 마케팅보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홍보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들은 자체적인 캐릭터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모바일은행플랫폼 ‘위비뱅크’의 마스코트 ‘위비’를 카드와 통장은 물론 인형사업 등에 활용하고 있다. 2018년까지 관련 수수료 1억1천만 원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모바일은행플랫폼 ‘올원뱅크’에 사용하는 동물 캐릭터를 3종에서 6종으로 늘렸다. 신한은행의 ‘신이’와 ‘한이’, 국민은행의 ‘리브’, IBK기업은행의 ‘기은센’ 등도 카드와 통장에 활용되고 있거나 앞으로 이용할 계획이 있는 자체 캐릭터들이다.
시중은행들이 캐릭터마케팅을 전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시중은행들의 캐릭터마케팅을 살펴보면 대부분 기존 캐릭터의 높은 인지도에 의존하는 일회성 마케팅이었다. 자체적인 캐릭터마케팅의 경우 지금까지 성공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미국 보험사 메트라이프생명은 만화 주인공인 ‘스누피’를 마스코트로 사용해 금융회사 캐릭터마케팅의 대표사례로 꼽히는데 인기 캐릭터인 스누피를 1985~2016년 동안 장기적으로 사용했던 점이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지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은행들은 캐릭터마케팅 경쟁에서 카카오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고객 다수를 확보한 카카오뱅크보다 불리한 상황”이라며 “은행들이 자체적인 캐릭터사업에 힘을 싣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지만 실질적인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