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들이 잇달아 골목상권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로 대표되는 대형점포 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 최근 들어 편의점이나 노브랜드숍 등 소형점포를 늘리고 있는데 정부의 골목상권 보호 움직임과 맞물려 더욱 반발을 사고 있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15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마트가 코스트코 지분과 부동산을 매각해 확보하는 자금을 편의점과 복합쇼핑몰 등 신사업에 투자한다.
특히 이마트24는 매년 1천 곳 이상의 신규점포를 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를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모두 3천억 원을 투자한다.
이마트가 최근 이마트24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600억 원을 출자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시작 전부터 골목상권 상인들이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12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세계그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신세계그룹이 대형마트도 모자라 스타필드는 물론이고 노브랜드, 이마트에브리데이, 이제는 이마트24라는 대기업 계열 편의점 등 지역상권과 골목상권을 마구잡이로 싹쓸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6월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사 앞에서 ‘신세계·이마트 골목상권 침탈 저지 전국상인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전북 전주시의회는 6월 노브랜드숍 입점 철회를 촉구하며 “이마트가 기존 기업형슈퍼마켓(SSM)인 이마트에브리데이를 개조하는 등 노브랜드숍을 교묘하게 출점하고 있다”며 “노브랜드가 영업을 시작하면 골목상권이 초토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같은 대형점포만으로는 유통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최근 편의점, 핼스앤뷰티숍, 노브랜드숍 등 소형점포의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국 유통망 확보와 소비자와 접점 확대가 유통업의 핵심이자 경쟁력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런 저런 반발에 직면해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이 유독 골목상권 상인들의 집중포화를 맞는 이유는 골목상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이 뒤늦게 소형점포를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CU와 GS25의 경우 이미 1만 개 이상의 점포를 열었고 올해만 해도 벌써 1200~1300개를 출점했다”며 “반면 이마트24의 경우 출점속도가 이들보다 훨씬 느린데도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점포를 많이 낸 다른 곳과 달리 뒤늦게 출점전략을 밝히는 등 타이밍이 좋지 못한 점도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