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글로벌 해양시추기업 시드릴의 파산보호신청으로 한시름 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13일 시드릴이 미국 텍사스주 빅토리아의 연방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시드릴에 건조대금 떼일 걱정 줄어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시드릴이 미국법원에 신청한 파산보호는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한데 기업의 채무이행을 잠깐 중단하고 자산매각 등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시드릴은 선순위채권자들과 만기를 앞둔 57억 달러의 회사채 상환시기를 2020년까지 연장하고 10억 달러 규모의 신규출자를 진행하는 데 동의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시드릴이 파산하지 않고 회생절차를 밟으면서 우선 안도할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시드릴이 회생절차를 밟으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게 된다면 향후 건조대금을 무사히 수령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며 “시드릴이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거래처에 금전적 손실을 안기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오히려 건조대금을 떼일 확률이 낮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시드릴로부터 각각 2건씩 드릴십(심해용 이동식 시추선)을 ‘헤비테일’ 방식으로 수주하면서 자칫 수천억 원 규모의 건조대금을 날릴 수 있었다. 

헤비테일은 계약금액의 일부만 선수금으로 받고 나머지 건조대금은 선박을 인도한 뒤에 수령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시드릴로부터 계약금액의 80%인 11억 달러, 삼성중공업은 계약금액의 70%인 10억4천만 달러를 받아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시드릴로부터 수주한 드릴십 공정을 95% 정도 끝냈는데 인도시기는 2018년 4월과 2019년 1월이다. 삼성중공업은 시드릴의 드릴십을 올해 초 모두 건조한 뒤 시드릴과 인도시점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시드릴의 사정으로 인도시점을 연기하는 것인 만큼 삼성중공업이 드릴십을 보유하는 데 드는 고정비를 발주처에 요구할 것”이라며 “시드릴과 인도시점을 협상하면서 선수금을 더 받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13일 전일보다 0.6%(60원) 내린 99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중공업이 시드릴의 파산보호신청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