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국내 대형건설사가 이라크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협력하고 있는 하도급기업들이 카르발라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이 사실상 막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조인트벤처와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하도급기업 관계자는 1일 “지난해 9월경에 조인트벤처로부터 부품납품을 잠시 보류할 것을 전달받은 뒤 현재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다”며 “조인트벤처의 말대로 공사비를 조금씩 받고 있다면 하도급기업에 대금을 줘야 하지만 (우리는)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유공장 건설사업의 하도급업체, 자금난에 속탄다

▲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위치.


이 하도급기업은 카르발라 정유공장에 납품할 부품을 만들었지만 조인트벤처로부터 부품검수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원청기업은 하도급기업에 프로젝트 건설에 필요한 부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뒤 이를 검수한다. 원청기업은 부품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를 검사한 뒤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하도급기업에 물건 출하를 허가한다.

하도급기업들은 출하허가가 떨어지면 물건을 내보내면서 부품대금을 원청기업에 청구한다.

하도급기업 관계자는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받는 데 문제가 생겨 조인트벤처에서도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자 대금지급을 미루기 위해 검수를 꺼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도급기업은 납품을 하지 못해 각 회사의 창고에 재고를 쌓아두고 있다. 일 년 넘게 창고보관료로 지출한 수억 원을 조인트벤처에 청구했지만 조인트벤처가 창고보관료를 대신 지급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고 하도급기업 관계자는 전했다.

현금사정이 좋지 않은 일부 하도급기업들은 매주 조인트벤처와 만나 납품지연에 따른 보상비를 청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인트벤처 관계자는 “공정단계에 따라 투입되는 부품들이 다르기 때문에 하도급기업들마다 사정이 다르다”며 “이제 공정률이 절반 수준에 다다랐기 때문에 앞으로 프로세스에 따라 부품납품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트벤처가 발주처와 제품조달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발주처는 애초 조인트벤처와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할 때 공장건설에 필요한 제품을 중국과 인도에서 쓰지 말아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중국과 인도 제품의 안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조인트벤처에 제품을 대는 하도급기업들은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쓰지 못하면 단가를 맞출 수 없으니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조인트벤처가 사업팀을 통해 발주처를 꼭 설득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하지만 조인트벤처는 현재까지도 발주처와 제품 원산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도급기업 관계자는 “조인트벤처 입장에서도 중국과 인도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을 쓸 경우 공장건설에 투입되는 원가가 상승한다는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발주처와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건설에 투입되는 비용이 늘어나 적자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공장건설에 투입되는 제품의 원산지에 따라 중국과 인도 제품은 말레이시아 제품보다 약 20%, 일본 제품보다 약 30%가량 가격이 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