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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승우 풀무원 사장 |
풀무원이 해외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풀무원이 의욕적으로 공략하려고 했던 미국시장을 비롯해 중국시장과 일본시장에서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남승우 풀무원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의 미국법인 풀무원USA가 '몬터레이 고메이푸드(몬터레이)'의 실적부진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몬터레이 고메이푸드는 풀무원USA가 2009년 10월 인수한 미국 현지 식품가공회사다.
고메이푸드가 고전하면서 풀무원USA의 경영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치자 풀무원이 미국사업에서 철수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업계에 나돌 정도다.
풀무원USA는 몬터레이를 인수해 미국시장에서 콩 가공식품과 냉장제품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려고 했다. 몬터레이는 미국 서부지역에 2곳의 생산공장을 운영중이다. 코스트코 등 미국의 대형 회원제 매장과 소매점의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풀무원USA의 계획은 미국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실패하며 틀어졌다. 몬터레이의 매출은 풀무원USA가 인수할 당시인 2008년 9천만 달러에 이르렀으나 현재 20~30% 가량 급감한 상태다.
풀무원USA는 2011년 당기순손실 24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선 뒤 2012년 140억 원으로 손실이 더 불어났다. 지난해 매출은 1156억 원으로 전년보다 200억 원 가량 줄어들고 순손실도 311억 원으로 더욱 커졌다.
풀무원USA의 경영사정이 악화되자 풀무원식품은 올해 상반기 86억 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풀무원그룹의 지주사인 풀무원도 풀무원USA에 550억 원을 지급보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가 계속되는 만큼 미국사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승우 풀무원 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 창사 30주년을 맞아 바른 먹거리와 지속발전가능경영 가치를 심고 세계 속에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풀무원은 해외시장 진출에서 아직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풀무원은 1991년 일찌감치 미국에 진출해 프리미엄 두부시장 공략에 나섰고 ‘와일드 우드 내추럴 푸드’와 ‘몬터레이 고메이 푸드’ 등 현지 식품회사들을 인수하며 확대전략을 펴왔다. 그러나 철수설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중국시장도 어려운 상황이다. 풀무원은 두부 종주국인 중국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했으나 중국 합자기업들과 잇달아 소송이 벌어지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풀무원이 최근까지 중국 합자회사들과 치른 소송만 5건에 이른다.
풀무원은 중국 두부시장 공략이 실패하자 2012년 독자법인 형태로 냉장식품과 건강기능 식품공장을 설립했다. 지난 8월 베이징에 계란가공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지난달 편의점 판매에 들어갔다.
일본시장에도 진출해 일본 식품업체 인수와 합작법인 설립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풀무원식품은 지난해 12월 일본의 어묵회사인 ‘기분(KIBUN)식품’과 기술제휴해 합작법인 ‘풀무원기분’을 설립했다. 풀무원식품은 지난 6월 169억 원을 들여 일본의 두부회사인 아사히식품공업주식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해외시장에서 풀무원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풀무원의 해외사업은 2012년 116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지난해에 그 폭이 더 늘어 139억 원의 적자를 봤다. 올해도 100억 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풀무원이 해외시장에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로 현지화 전략의 실패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풀무원이 국내시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려 성장동력을 찾으려고 했으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사업의 적자 탈피가 향후 풀무원 실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