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가 정부의 부동산대책으로 국내 주택시장에서 큰 이익을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아지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대형건설사들이 기존에 분양해 놓은 아파트에서도 ‘입주포기’ 리스크에 직면할 수도 있다. 아파트 가격이 하향세를 보일 경우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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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대형건설사들의 주가가 최근 한 달 동안 약세를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 주가는 2일 장중에 832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썼으나 이후 하락하면서 18일 6990원에 장을 마감했다. 11거래일 만에 16% 하락한 것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주가도 7월 말과 비교해 각각 14%, 13.9%, 16.8%, 6.3%씩 하락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대책들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대형건설사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한 지 100일도 안돼 부동산시장 규제에 방점을 둔 6·19부동산대책과 8·2부동산대책을 연달아 내놓았다. 정부는 부동산시장이 안정화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제도’, ‘후분양제’ 등을 도입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최근 2~3년 동안 주택시장 활성화에 따라 수익이 크게 늘었는데 부동산대책이 강화될 경우 앞으로 국내에서 이익을 늘리는 데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집값이 추가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2부동산대책이 나온 직후 서울 아파트 가격은 2주 연속 떨어지기도 했다.
집값이 떨어지면 실수요자들에게는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값에 아파트를 분양해놓은 대형건설사에게는 큰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건설사들은 과거에 주택시장이 호황을 보인 2006~2007년경에 전국에 아파트를 수십만 가구 분양하며 수주잔고를 크게 늘렸다. 당시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인 덕에 대형건설사들은 비싼 가격에 평당 분양가격을 책정해 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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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이 하락세를 보일 경우 계약자들이 분양받은 아파트의 입주시기에 계약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뉴시스> |
그러나 대형건설사들은 2008년 말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크게 휘청대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그동안 상승세를 이었던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자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아파트 분양을 받은 예비입주자들이 분양계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대형건설사들은 아파트를 분양할 때 계약자들로부터 계약금 10%를 먼저 받는다. 이후 중도금을 5~6차례에 걸쳐 60% 받고 입주시기에 잔금 30%를 받는다.
아파트 분양을 받은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분양받을 당시와 비교해 입주 때 집값이 올랐을 경우 잔금을 치르고 집을 살 확률이 높다 하지만 분양 당시와 비교해 입주시기 집값이 하락했다면 얘기가 달라지게 된다.
가령 6억 원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의 경우 계약금으로 6천만 원을 내게 된다. 입주 때 아파트 가격이 1억 원 가까이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계약당사자 입장에서는 계약금을 매몰비용으로 처리할 것인지 잔금 1억8천만 원을 치르고 아파트 구입을 확정할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계약자들이 건설사와 맺은 분양계약을 취소하게 되면 은행권으로부터 대출받아 낸 중도금은 대부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며 “사실상 입주를 포기해도 전체 금액의 10%만 날리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계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많아지면서 건설사들은 이미 팔아놓은 아파트가 사실상 다시 ‘미분양’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팔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며 리스크를 떨치기 위해 한참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형건설사들은 2009년부터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2~3년 동안 집에 살아본 뒤 분양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애프터리빙’ 등의 제도를 도입해 미분양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애프터리빙이 끝난 뒤에도 집값이 오르지 않아 분양을 포기하는 건수도 늘어나자 대형건설사들은 아예 할인분양제도를 실시하기도 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2014~2015년에 분양했던 아파트만 하더라도 현재 시세가 당시보다 높아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분양한 물량들의 경우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 계약자들의 선택이 달라질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