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반면 포드와 크라이슬러, 캐딜락 등 미국 자동차브랜드들이 한국에서 판매를 늘리고 있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포드, 크라이슬러, 캐딜락 등 미국 브랜드 3곳은 상반기 국내에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11.7% 늘어난 9819대를 팔았다.

  포드 크라이슬러 캐딜락,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판매 늘어  
▲ 포드 '익스프롤러'.
미국 자동차브랜드 3곳의 상반기 국내 수입차시장 점유율은 8.32%로 0.79% 포인트 늘었다.

포드가 1.8% 줄어든 5632대, 크라이슬러가 26.5% 늘어난 3364대, 캐딜락이 108.9% 늘어난 823대를 각각 팔았다.

포드는 미국 브랜드 3곳 가운데 유일하게 판매량이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링컨의 대형SUV인 컨티넨탈 완전변경모델과 올해 초 중형SUV 쿠가 부분변경모델 등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새 차를 내놓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보인다.

크라이슬러는 올해 들어 지프 브랜드의 새 SUV를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캐딜락도 XT5와 에스컬러에드 등 SUV를 출시하면서 미국차 판매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미국 자동차브랜드들은 지난해 국내에서 수입관세가 완전 철폐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된 데 더해 상품성 있는 신차를 출시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상반기 미국에서 모델노후화와 경쟁심화 탓에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상반기 미국 판매량은 각각 34만6356대, 29만5736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7.4%, 9.9%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845만234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한국에서 미국차’와 ‘미국에서 한국차’의 명암이 엇갈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꼽힌다.

한국과 미국은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발효하면서 한국의 미국차 수입관세를 4%로 즉시 낮춘 반면 미국의 한국차 수입관세는 기존과 동일한 2.5%를 유지하다 지난해 양국 간 자동차 수입관세를 완전히 없앴다.

지난해 한국차의 미국 수출량과 미국차의 한국 수출량은 각각 96만4432대, 6만99대로 큰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2015년과 비교하면 한국차의 미국 수출량은 9.5% 감소한 반면 미국차의 한국 수출량은 22.4% 늘었다.

미국이 12일 한국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개정하기 위해 특별공동위원회를 개최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한국은 한 달 안에 미국의 요구에 응답해야 하기 때문에 8월에 위원회가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올해 안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에서 자동차 문제를 압박 카드로 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차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수혜를 입긴 했지만 한국과 미국의 자동차 무역 불균형이 여전히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연비나 안전규제 등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미국이 한국에 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것을 놓고 “한국과 미국이 무역 불균형 해소를 논의하는 데 자동차산업이 주요 현안이 될 것”이라며 “미국 완성차회사들은 유달리 폐쇄적인 (한국)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