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가 스마트폰을 직접 판매하는 단말기 자급제 도입논의가 활발해지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격부담을 낮췄지만 제품경쟁력을 갖춘 ‘준프리미엄’ 라인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동시에 고가 스마트폰과 수요잠식을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노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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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왼쪽)과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
삼성전자는 12일 한국에서 ‘갤럭시A7’ 2017년형 신제품의 판매를 시작했다. 1월 출시된 갤럭시A5에 이어 반년만에 중저가 라인업 A시리즈 신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갤럭시A7은 5.7인치 대화면과 1600만 화소 카메라, 방수기능과 모바일결제, 인공지능서비스 ‘빅스비’ 등 대부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적용되던 핵심기능을 대거 탑재하고 있다.
가격은 59만 원 정도로 일반적인 중저가 스마트폰보다 높지만 갤럭시S8보다 약 35만 원 낮다.
삼성전자가 7일 갤럭시노트7의 부품을 재활용해 내놓은 ‘갤럭시노트FE’도 프리미엄급 기능을 적용했지만 가격은 60만 원 후반대로 낮춰 매겨졌다. 출시물량은 40만 대에 그치지만 다른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과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LG전자가 8월 출시를 앞둔 준프리미엄급 스마트폰 ‘Q6’도 50만~60만 원대의 가격에 출시돼 삼성전자의 신제품과 비슷한 수요층을 공략하며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Q6은 프리미엄 제품 ‘G6’과 같은 18:9 화면비의 디스플레이와 고용량 메모리, 광각카메라 등을 탑재하고 있다. 디자인도 거의 비슷하지만 구동성능 등에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잇따라 한국에서 기존 중저가제품과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이의 가격대에 놓인 신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는 전략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약으로 앞세웠던 통신비 절감정책에 따라 단말기 분리공시제 또는 자급제 도입논의가 점점 활발해지고 있는 점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분리공시제는 제조사와 통신사가 각각 지급하는 보조금을 모두 밝히는 제도, 자급제는 제조사가 직접 단말기를 정가에 판매하는 제도로 모두 소비자가 스마트폰의 가격부담을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수년전부터 이런 변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혀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점점 유력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매하던 다수의 소비자가 체감 구매가격이 높아져 가격부담이 적은 중저가제품으로 이동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런 수요이동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디자인과 기능을 갖추면서도 가격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낮춘 스마트폰의 확대에 시동을 거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외시장과 달리 한국에 프리미엄 제품이 아니면 성능과 가격이 모두 크게 차이나는 제품만 출시해 소비자의 선택지를 좁힌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한국 소비자 특성상 스마트폰 구매수준이 높아 최대한 다양한 기능과 앞선 디자인을 갖춘 제품의 수요가 많은 만큼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리공시제나 자급제가 도입되면 가격이 낮은 제품에 수요가 대거 몰릴 수도 있는 만큼 수익방어를 위해 프리미엄급 기능을 갖춘 50~60만 원대 제품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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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갤럭시A7(2017)과 LG전자 Q6(오른쪽). |
특히 LG전자의 경우 G6의 판매부진으로 프리미엄전략의 앞날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합리적인 가격대와 충분한 체감성능을 갖춘 스마트폰 라인업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원가를 절감해 수익성을 높이고 프리미엄 제품과 수요잠식을 피해 성능을 차별화하는 과정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제조사들에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LG전자 Q6의 경우 구동성능의 핵심인 AP(모바일프로세서)를 저가 스마트폰 수준인 퀄컴의 ‘스냅드래곤435’로 결정해 준프리미엄급이라는 설명에 걸맞지 않다는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프리미엄에만 적용했던 곡면화면 ‘엣지’ 디자인을 중저가제품에도 탑재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수요잠식 가능성을 우려해 전면적인 적용시기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분리공시제나 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스마트폰의 가격 대 성능비가 지금보다 더 절대적인 경쟁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가전사업과 유사한 구조로 시장이 변화하며 무한경쟁시대에 들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