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개혁 의지를 보였다. 엄정한 법 적용과 시장의 기대와 압력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10일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밀레니엄 포럼에서 “4대그룹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상조 “4대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의 모범 만들어야"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 위원장은 “지배구조가 한순간에 변할 수 없으며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정부가 할 일은 적은 비용으로 지배구조 개선기간을 단축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지배구조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면서도 “4대그룹에서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지배구조 개선 사례가 나와 시장에 확산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6월23일 4대 그룹 경영진과 간담회에서도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기대했다. 그는 “독단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최대한 인내심으로 기업인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관된 목소리로 재계의 불안을 가라앉히면서도 시장에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주목하도록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또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경쟁법을 집행하는데 한계를 나타냈다고 보고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방안, 민사로 보완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공정위가 경쟁법 집행을 독점해 왔다”며 “여러 주체가 같이 경쟁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경쟁법 집행에 경쟁을 도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 혼자 다하기보다 지자체에 상당한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을 생각 중”이라며 사실관계 확인 등 단순한 업무부터 지자체에 이양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 집행을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해관계자 사소 제도, 징벌적 손해배상 등 민사로도 해결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갑을관계 관련해 공정위에 쏟아지는 민원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가면 공정위가 민원처리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민원처리는 당사자와 분쟁조정기관을 거치면 되고 공정위는 집중적 민원 발생사안에 제도개선책을 고민하는 곳”이라고 공정위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를 향한 높은 기대에 부담감도 보였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 기대가 상상을 초월해서 잠이 안 올 정도”라며 “우리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