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3년에 걸쳐 진행한 한솔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28일 “한솔시큐어가 보유하고 있는 한솔넥스지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며 “한솔그룹이 한솔홀딩스를 앞세워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모든 요건을 충족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길, 한솔그룹 지주사 전환 3년 대장정 마침내 끝내  
▲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한솔넥스지는 네트워크보안솔루션 등을 개발·판매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기업이다. 한솔인티큐브가 지분의 20.23%를, 한솔시큐어가 18.42%를 보유하며 나란히 최대주주와 2대주주에 올라 있다.

한솔인티큐브와 한솔시큐어는 보유하고 있는 지분 38.65%를 위드윈투자조합11호와 씨엔킴, 이앤엠에 모두 278억2750만 원을 받고 매각하기로 했다.

위드윈투자조합은 신기술사업금융업을 주력으로 삼는 위드윈인베스트먼트와 바이오메디컬서비스기업 CMS아시아가 함께 구성한 신기술투자조합이다.

거래가 끝나면 위드윈투자조합11호는 한솔넥스지지분을 17.37%, 이앤엠이 10.64%, 씨엔킴이 10.64%를 보유하게 된다. 한솔넥스지의 최대주주는 8월28일 위드윈투자조합11호로 바뀐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한솔시큐어가 한솔넥스지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지배구조개편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솔인티큐브까지 한솔넥스지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솔넥스지가 올해 4월까지만 해도 경영권 인수설을 전면 부인하다가 3개월도 안 돼 인수되는 것을 놓고 한솔넥스지의 영업이익이 꾸준히 줄었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한솔넥스지는 2013년 한솔그룹에 인수된 뒤부터 매년 영업이익이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4억 원을 봤다.

랜섬웨어 등 바이러스가 최근 기승을 부리면서 한솔넥스지의 주가가 올해 3월초와 비교해 130%나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한솔그룹이 서둘러 한솔넥스지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솔넥스지의 지분은 한솔그룹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 꼽힌다. 조동길 회장은 2014년 8월 한솔제지를 인적분할하면서 한솔그룹을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뒤 3년에 걸쳐 쉬지 않고 달려 왔다.

한솔홀딩스는 올해 1분기 말을 기준으로 한솔인티큐브의 지분 22.21%를 보유해 자회사로 두고 있고 한솔인티큐브는 한솔시큐어의 지분을 27.18% 소유하고 있어 ‘한솔홀딩스→한솔인티큐브→한솔시큐어’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솔시큐어는 한솔홀딩스의 손자회사이자 증손회사가 되는 셈이다. 

공정거래법 제8조는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다른 손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솔홀딩스는 한솔시큐어가 보유하고 있는 한솔넥스지 지분은 2018년 8월까지 처분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었는데 시한을 1년 앞두고 이런 요건을 충족하게 된 것이다.

다만 한솔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이 끝났다고 해서 조 회장의 숙제도 끝난 것은 아니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모두 합쳐도 한솔홀딩스 지분이 20.4%에 그치기 때문에 한솔그룹 지배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