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매각하려고 하지만 구체적인 매각시점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주가부양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 데다 대외적인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 대우건설 주가하락 등 매각추진에 악재 많아
20일 금융권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 매각이 올해 안에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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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
무엇보다 대우건설 주가가 산업은행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일 대우건설 주가는 전일보다 10원(0.14%) 내린 6980원에 장을 마감하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대우건설 주가는 5월23일 818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찍은 뒤 약세를 보이며 한 달 만에 14% 빠졌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과열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규제방안을 계속해서 내놓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우건설 2대주주인 SEBT투자유한회사는 이르면 7월에 보유하고 있는 잔여지분(4.82%) 일부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하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EBT투자유한회사는 5월에 지분 5.78%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는데 당시 대우건설 주가는 6.28%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주가가 최소 1만3천원은 돼야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현재 주가 수준에서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시장에 내놓기 쉽지 않다.
산업은행을 이끌고 있는 이동걸 회장의 입지가 불안정하다는 점도 대우건설 매각이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이 회장의 임기는 2019년 2월까지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산업은행 회장도 함께 교체됐던 전력을 감안할 때 이 회장의 입지가 굳건하지 않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 회장이 잔여임기를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우건설 매각을 밀어붙이기는 힘들 것으로 금융권은 바라본다.
◆ 박창민, 사장 선임과정 논란 다시 떠오를 가능성도 부담
박창민 사장의 선임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매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박 사장은 대우건설을 시장에 매력적인 매물로 내놓기 위해 힘을 쏟아왔다.
SBS는 최근 국정농단 주범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대기업 건설사의 사장인선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SBS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휴대전화에서 지난해 7월1일에 최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다.
이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이 전 본부장은 최씨에게 한 대기업 건설사 사장에 A씨를 추천했으나 최씨는 A씨 대신 또 다른 후보인 B씨에 대해 알아보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B씨는 1달여 뒤에 대기업 건설사 사장에 취임했다.
문자메시지가 보내졌던 시점은 지난해 대우건설 사장 선임과정에 논란이 벌어졌던 시기와 공교롭게도 일치한다.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는 지난해 6월 초에 박영식 전 대우건설 사장과 이훈복 전략기획본부장 전무를 사장후보로 압축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6월 말에 특별한 이유 없이 사장후보의 재공모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고 7월 중순에 박창민 사장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을 새 사장 후보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산업은행이 사실상 박 사장을 대우건설의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는 말이 나와 대우건설 노조와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박 사장을 대우건설의 새 사장으로 임명하는 절차를 강행했고 결국 박 사장은 8월 초에 대우건설 사장에 올랐다. 당시에도 특별한 설명없이 사장후보가 바뀌었던 배경에 정부의 압박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말이 무성하게 나왔는데 박영수 특검팀이 확보한 문자메시지를 놓고 볼 때 최씨의 인사개입이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
전국건설기업노조는 19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해 건설기업노조와 대우건설지부는 몇 차례에 걸친 기자회견과 집회를 통해 박창민 사장이 낙하산 인사이며 정부가 이를 강행하였음을 주장하고 알렸다”며 “건설업계는 최씨가 사장인선에 개입한 건설사가 대우건설이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철자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검찰에 국정농단 사건의 전방위적인 재수사를 지시할 경우 박 사장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건설업계는 바라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 딱히 드릴 말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