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한금융의 해외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1등 금융그룹을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KB국민은행보다 글로벌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이 격차를 더욱 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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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은 신한금융의 중점추진분야를 선정하고 분야별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구체적인 경영전략을 세우고 있다.
태스크포스팀은 자본시장팀과 글로벌팀, 그룹 옴니채널 시너지팀, 디지털팀 등 4팀으로 구성됐다. 각 팀에는 신한금융지주뿐 아니라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계열사의 임원과 실무진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는 글로벌부문과 디지털부문을 지주 차원에서 각각 총괄하는 매트릭스조직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계열사별로 추진되던 각 부문별 경영전략을 그룹차원으로 한 데 모아 추진력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글로벌부문을 강화해 신한금융을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시키는 것과 함께 KB금융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무기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도 직접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을 방문하며 KB금융 계열사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등 해외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KB금융이 해외진출에 다시 속도를 내는 것은 9년여 만인만큼 신한금융이 한 발 더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KB금융은 KB국민은행이 2008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뱅크(BCC)의 지분 41.9%를 9541억 원에 사들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대부분 손실로 처리한 뒤 지난해까지 글로벌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금융지주의 핵심계열사인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해외사업을 살펴보면 그 차이가 크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가운데 12%를 글로벌에서 냈지만 KB국민은행의 해외 순이익 비중은 2%대 수준이다.
3월 말 기준으로 신한은행은 20개국에 151개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반면 KB국민은행은 11개국 17개에 불과하다.
조 회장이 최근 디지털 관련 조직를 강화하고 고려대학교와 손잡고 디지털인재 양성에 속도를 내는 등 ‘디지털 신한’을 강조하는 것 역시 해외진출과 관련성이 높다.
직접 지점을 세우거나 현지영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각 국가의 자본규제를 지키고 현지 금융당국의 인가를 얻어야 하지만 디지털을 앞세운 비대면 진출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조 회장은 지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에 조영서 전 베인앤드컴퍼니 금융부문 대표를 선임하는 등 외부인재 영입에도 힘쓰고 있다. 내부적으로 디지털인재를 양성하는 것과 동시에 외부수혈을 통해 단기간에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또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또는 해외 금융회사를 인수합병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2분기부터 순이익규모에서 신한금융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조 회장은 2020년을 목표로 중장기적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며 “KB금융도 최근 본격적으로 해외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부문에서도 두 금융지주의 경쟁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