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로 살던 H씨는 2년 전 오르는 전세금을 충당하기도 힘들고 이사 다니는 것도 괴로워 대출을 끼고 집을 한 채 장만하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았다. 서울 외곽에 1억 원 정도 대출 받으면 4인 가족이 그런 대로 살 만한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고민하던 중 그는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얘기를 믿고 집 사는 것을 포기했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한 달에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을 감안할 때 손해가 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나자 집주인이 전세금을 3천만 원이나 올려달라고 했다. 전세금 대출 받느니 집을 한 채 장만하자고 전에 보았던 집을 다시 알아보았더니 2년 만에 집값이 5천만 원이나 올랐다. 그는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더니 계속 오르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아파트 값은 왜 계속 오르기만 할까  
▲ 전국 아파트 평균매매가격 추이. <한국감정원>

저성장과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데다 경기마저 침체됐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전국 아파트 평균매매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2015년 5월 2억6천여만 원 하던 가격이 2년 만에 2억8500만 원으로 9.61% 올랐다. 하지만 서울만 따져보면 5억1천만 원에서 5억7천만 원으로 11.76%나 올랐다.

서울에서도 강북보다는 강남이 훨씬 많이 올랐고 강남의 아파트 중에서도 입지가 좋은 아파트일수록 오름 폭이 컸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아파트 43평형은 2015년 5월 15억7천만 원에서 2017년 5월 현재 19억 원으로 21%가 오른 반면, 강북구 미아동 래미안1차 33평형은 4억2500만 원에서 4억7천만 원으로 10.59% 상승했다.

집값은 왜 오르는 것일까. 어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잔뜩 낀 거품이 언젠가는 꺼질 거라고도 한다. 내 집을 마련하고 싶어도 집값이 너무 비싸 엄두가 나지 않는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떨어지기만 기다린다. 그러나 집값은 떨어지기는커녕 오르고 있으니 기가 막힐 뿐이다.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있으면 언제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을지, 투자의 적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해서 분석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시장의 자연스런 법칙이다.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은데 새로 지을 집이 그만큼 없다면 그곳의 집값은 오르는 게 당연할 것이다. 따라서 지방보다는 수도권이, 수도권보다는 서울이, 서울 변두리보다는 서울 도심의 집값이 오를 확률이 아주 높다. 아파트를 새로 지을 수 있는 땅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것은 바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서울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을 만한 빈 땅은 거의 없다. 새 아파트를 지으려면 오래 된 헌 아파트를 헐어야만 한다. 따라서 새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재건축 가능한 헌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이다.

투자를 한다고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에 지어지는 아파트를 전세 끼고 사거나 프리미엄을 주고 사는 투자자들이 있다. 하지만 택지개발지구는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빈 땅이 많은 곳이므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곳은 아니다. 따라서 이런 곳의 아파트 가격은 상승폭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저금리 정책 때문이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은행에 돈을 넣어둔 투자자들은 돈을 회수해서 부동산 등에 투자한다. 은행에 넣어두어 봤자 이자가 적어 손해이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절에는 대출이자도 높지 않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대출을 받아서 부동산에 투자했다. 이자율보다 임대수익률이나 투자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면 부동산 가격은 당연히 상승한다.

저금리 정책은 경기가 좋지 않아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므로 저금리가 계속되면 언젠가는 경기가 좋아진다. 경기가 좋아져 과열 양상을 빚게 되면 금리를 올려서 긴축정책을 편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은 긴축정책을 편다고 해도 탄력을 받은 이상 계속 상승하게 된다. 부동산 가격상승이 꺾이는 것은 금리를 올리는 단계가 후반으로 접어들었을 때다.

저금리는 인플레이션을 동반하게 된다. 돈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경기 회복에 따라 물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은행에 돈을 많이 넣어두었거나 전세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화폐가치 추락으로 인해 손해를 입는다. 부동산은 화폐가치가 추락하면 그만큼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헤지(hedge)하는 기능이 있다. 저금리 시대에는 은행보다는 부동산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 정답이다.

마지막으로는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부동산이 과열 양상을 빚게 되면 대출 등을 억제하거나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부동산 가격을 진정하려고 한다. 반대로 부동산이 침체돼 있으면 부동산 경기를 진작하기 위해 세금을 줄여주거나 대출 이자를 낮춰주는 방법 등을 활용한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자산가치 상승으로 자산효과가 나타나 내수 경기가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시장법칙이나 저금리 기조를 이길 수 없다. 정부가 정책을 통해 부동산을 조정하려고 해도 시장의 자연스런 흐름까지 거스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를 억제하려던 노무현 정부의 정책과, 부동산 경기를 회복하려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먹히지 않았던 것은 시장의 법칙이 정책보다 우선하기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시작된 지금부터 집값은 오를까, 오르지 않을까?

장인석은 경희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사에 공채로 입사해 15년 동안 기자로 활동했다. 퇴사 후 재건축 투자로 부동산에 입문, 투자와 개발을 병행하면서 칼럼 집필과 강의, 상담, 저술 등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2009년 7월부터 ‘착한부동산투자연구소’를 차려 착한투자를 위한 계몽에 열심이다. 네이버에 ‘착한부동산투자’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동산투자 성공방정식>, <불황에도 성공하는 부동산 투자전략>, <재건축, 이게 답이다>, <돈 나오지 않는 부동산 모두 버려라>, <부자들만 아는 부동산 아이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