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에서 25년 이상을 보낸 '정통CJ맨'이 파리크라상의 대표이사가 됐다. 파리크라상은 CJ그룹의 라이벌인 SPC그룹의 대표브랜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고 있다.
SPC그룹은 권인태 부사장이 파리크라상 대표이사에 선임됐다고 1일 밝혔다. 권 부사장은 지난 2월 CJ그룹에서 SPC그룹으로 옮긴 지 8개월 만에 대표이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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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부사장 |
허영인 회장은 출점규제 이후 파리크라상의 성장이 정체되자 이를 돌파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출신인 정태수 전 대표를 영입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는 1년3개월 만에 실적부진을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뒤 파리크라상은 조상호 총괄사장 단독체제로 4개월 운영됐다.
이번 인사로 파리크라상은 조 사장과 권 부사장의 각자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조 사장은 전반적인 경영전략을 세우면서 경영을 총괄하고, 권 부사장은 영업과 마케팅 부문을 맡게 된다.
파리크라상은 SPC그룹 계열사 가운데 매출비중이 가장 큰 핵심계열사다. 이 때문에 CJ그룹 출신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데 대해 파격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권 부사장은 1986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올해 초까지 CJ그룹에 몸담은 정통 CJ맨이다. 그는 CJ푸드빌 경영기획실장 등을 거쳐 CJ그룹 전략지원팀장(부사장), 홍보실장, CSR팀장 등을 지내며 CJ그룹을 이끌어 온 인물로 꼽힌다.
특히 권 부사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된 뒤 그룹의 대외적 이미지를 위해 신설된 CSR팀을 이끄는 등 이 회장의 측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회장이 구속된 뒤 지난해 10월 있었던 인사에서 보직을 받지 못했고 얼마 뒤 CJ그룹을 나와 SPC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CJ그룹은 SPC그룹과 빵에서부터 커피, 아이스크림까지 많은 영역에서 경쟁관계다.
원래 사이가 좋지 않던 두 회사의 관계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더 악화됐다.
외환위기 당시 샤니의 부도설이 나돌자 CJ가 샤니에게 밀가루값을 현금으로 지불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어려웠던 샤니가 양해를 부탁했지만 CJ가 밀가루 공급을 중단하면서 두 회사의 관계가 더 멀어졌다.
업계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출점규제로 성장이 정체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CJ그룹 출신인 권 부사장을 대표이사에 발탁한 것이라고 본다.
파리바게뜨는 2012년부터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 신규출점 거리제한에 걸려 사실상 점포확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매년 두 자릿수를 이어오던 매출성장률도 눈에 띄게 줄었다.
파리바게뜨는 2009년 27.9%, 2010년 31.1%, 2011년 19.9%로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규제가 시작된 2012년 성장률이 3.2%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1.66% 증가하는데 그쳐 파리크라상 사상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파리바게뜨는 국내에 총 41개의 매장을 새로 냈는데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 전 출점이 확정된 14개 점포를 제외하면 사실상 27개에 불과하다. 파리바게트는 2012년까지 매달 20~30개의 매장을 새로 내왔다.
파리크라상은 올해 3월 기준으로 국내에 직영점 154개, 가맹점 3504개를 두고 있으며 중국과 미국 등 4개국에 총 173개 점포를 두는 등 글로벌 진출에도 한창이다. SPC그룹 전체에서 파리크라상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50%가 넘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